2000년대 처음 국내에 등장한 후 부동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업계가 격변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중개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선두그룹의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후발 주자인 인테리어·상업용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사세를 확장하면서 선두주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세대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과 다방 운영사인 스테이션3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나란히 적자로 전환됐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동시에 흑자를 기록한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 제공

지난해 직방은 영업적자 82억원, 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영업수익)이 559억원으로 전년대비 101억(22%)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641억원으로 221억원(53%) 가량 증가하며 발생한 적자다. 스테이션3는 영업적자 8억원, 순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스테이션3는 지난해 매출도 전년대비 29억원(12%) 하락한 246억원이었다.

두 업체의 최근 수 년간 연 매출도 정체된 상태다. 직방은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대로 올랐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연매출이 400억원대에 머물렀고, 다방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00억원대를 유지했다. 직방의 경우 2015~2016년 사이 연매출이 2배로 뛰었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더디고, 스테이션3은 3년간 연매출이 꾸준히 줄었다.

이처럼 프롭테크 업계의 선두주자인 중개플랫폼 기업의 매출이 악화한 배경에는 경쟁 포화가 꼽힌다. 집토스와 다윈중개 등 중개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늘었고, 기존 공인중개사들과의 갈등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직방과 다방은 각각 인수합병(M&A)과 신규 서비스 출시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보다는 비용이 더 크다.

한 프롭테크 업체 관계자는 “초기 발전속도에 비해 중개플랫폼 업계의 성장 속도가 주춤한 상황”이라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플랫폼에 접목시켜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새 사업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가 풀리지 않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패스트파이브 삼성 1호점. 입주사 직원들이 라운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중개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선두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부문의 프롭테크 기업들은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파고든 데이터 기업인 알스퀘어가 대표적이다. 국내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알스퀘어가 최근 5년간 중개한 오피스와 리테일, 물류센터 등 부동산 거래액은 최근 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투자 유치액도 총 850억원으로 전체 프롭테크 업체 중 가장 많았다.

공유 오피스 및 인테리어 부문의 성장세도 거세다.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각각 300억원, 650억원을 유치했다. 인테리어 관련 업체 중에서는 건축물의 2차원(2D) 도면을 3차원(3D)으로 자동 변환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어반베이스’가 지난해 1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올해 4월 23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개플랫폼 등 기존의 프롭테크 기업이 외형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사이 후발주자를 중심으로 프롭테크 업계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건설·부동산 부문이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과 빅데이터가 결합된 형태의 프롭테크 업계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기존 전문자격자와 업무영역이 겹치는 중개플랫폼의 경우 정부가 업계 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계를 박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