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전세 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주택의 가치보다 HUG가 산정하는 주택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구조적 취약점 때문이다.

일러스트=조경표

13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전세 보증금이 주택가격과 같거나, 그보다 낮은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HUG가 평가하는 ‘주택가격’이 일반적인 매매 시세와는 괴리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매매 시세의 107%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주택가격 기준으로 ① 공시가격의 150% ② 1년 이내 매매가격 ③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 합의 150%이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원래는 매매가격이 우선되는 평가 지표였지만, 지난해 11월 산정 기준을 변경하면서 공시가격의 150%를 우선적으로 적용하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1.5%로 전년(70.2%) 대비 1.3%포인트 올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71.5%에 HUG의 주택가격 기준인 1.5배를 하면 107.25%가 된다. 주택의 실제 가격보다 HUG가 전세보증 근거로 산정하는 주택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제도적으로 역전세가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앞으로 계속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갈 계획이라 전세가격과 매매 시세의 괴리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임대인 가입 요건 완화도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임대인이 주택건설사업자나 법인임대사업자인 경우에도 보증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다 폭 넓게 보장한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편은 현재 활발하게 악용되며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부실을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건설사업자가 빌라나 오피스텔을 신축한 뒤, 분양을 하지 않고 대신 세입자를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축 건물은 구축에 비해 공시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편이라 전세가격을 오히려 적정분양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주택건설사업자들은 전세가격이 높아도 전세대출을 받으면 되고,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니 전세금을 날릴 우려도 없다고 임차인을 설득한다.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를 일정 기간 지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렇게 받은 전세금으로 사업자는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고, 거기서도 같은 수법의 전세 사기를 반복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실 구조가 만들어진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사고 건수는 지난 2019년 1630건에서 2021년 2799건으로 2년 사이 70% 이상 늘었다. 보증사고 금액도 같은 기간 3442억원에서 5790억원으로 68.2% 증가했다. 보증사고로 인해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2년 사이 2836억원에서 5036억원으로 77.6% 늘었다.

이러한 부실은 앞으로 더 심화될 우려가 높다. 전세보증 가입이 빌라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 건수는 지난 2019년 15만6095건에서 2021년 23만2150건으로 48.7% 상승했다. 그런데 오피스텔과 빌라의 반환보증 발급 건수는 같은 기간 4만7387건에서 8만2191건으로 73.4%나 늘며 훨씬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증 금액은 같은 기간 7조7129억원에서 14조952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HUG의 손실이 곧 국민의 조세 부담으로 전가되는 만큼 부실을 조장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HUG가 전세가격을 과다하게 높이는 근원으로 작용하면서 부실에 더해 부동산 시장 불안 요소까지 되고 있다”면서 “시세평가기관과 협업해 보증보험 가입 시 엄정하게 적정성을 검토해야 하며, 주택가격 산정도 공시가격 150%가 아니라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HUG 측은 이에 대해 “공시가격 현실화는 주택가격 추이를 반영해 결정되며, 이에 연동한 공시가격 150%는 주택 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산정 가능한 기준”이라면서 “다만 공사도 보증사고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임대차 시장 및 보증사고 추이 등을 살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