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기 신도시를 둘러싼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1종 일반주거지역인 분당 빌라단지 주민들이 종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대규모 단독주택지의 종상향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빌라단지 주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개정된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2003년 7월 1일부터 일반주거지역을 1·2·3종으로 나누고 종별로 용적률과 층수를 달리 규정했다. 무분별한 고층 개발로 인해 도시환경과 자연경관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분당 빌라단지의 종환원을 요구하는 ‘분당빌라종환원 추진위원회’ 소속 주민들 400여명이 성남시청 입구에서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 추진위에는 야탑동 대원3단지·구미동 그랜드빌 등 단지형 빌라 총 25개단지가 참여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주민 5735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분당의 한 빌라단지 전경/네이버 거리뷰

분당지역의 초기 빌라단지들은 과거 종 구분이 없는 일반주거지역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2003년 7월 일반주거지역을 1~3종으로 세분화하는 과정에 2종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제도 시행 전까지 종을 구분하지 않은 지역을 자동으로 2종으로 지정하기로 했는데, 성남시의 경우 용도지역을 세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듬해 2월 성남시가 이 지역을 1종으로 정하면서 현재의 용도지역이 결정됐다.

종세분화는 해당 지역에서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용적률과 건폐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3년 6월까지 성남시는 일반주거지역에 짓는 건물에 대해 별도의 용적률·건폐율·층수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종세분화 후 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150~250%·건폐율 60% 이하로 제한됐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100~200%·건폐율 60% 이하로 정했고, 기존에는 없었던 층수제한(4층 이하)도 생겼다.

도시가 노후화되고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논의가 불거지면서 주민들은 당시 성남시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2종·3종으로 분류된 곳과 달리 1종 일반주거지역의 빌라단지들은 용적률을 더 높이기가 어려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과거 종변경 과정에 성남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종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종세분화 과정에 성남시에서 법적으로 필요한 주민공람이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고, 이를 반영해 당시 결정권이 있던 경기도에서 용도지역 변경을 고시한 것”이라면서 “현재 성남시 전체를 대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 분당 빌라단지의 종상향 요구를 검토하고 반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대구시가 지난해 말 종상향이 불가능한 대규모 단독주택지를 2종·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고, 이르면 상반기 내 시행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1종 일반주거지역은 택지개발이나 공공주택개발 등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종상향이 가능하지만, 그간 대구에서는 1종 중에서도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별도로 분리해 종상향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독주택지가 노후화되면서 종상향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대구시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단독주택지가 몰려있는 범어지구와 수성지구, 대명·송현지구 일대에서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도 종세분화 과정에 2종으로 분류된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3단지가 2018년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종상향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이 단지는 3종 조건에 부합했지만, 양천구는 종별 비율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목동 1~3단지를 2종으로 묶었다. 대신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 3종으로 높여주기로 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목동 1~3단지가 30년차에 접어들면서 재건축이 가능해지자 주민들은 종환원을 요구했고, 2018년 5월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이 지역을 3종으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분당신도시도 조성된 지 30년을 넘기면서 지역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공성 확보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면 종상향을 허용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후화된 시가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곳은 종상향을 허용하되 공공이 늘어난 용적률의 일정부분 만큼 기부채납을 받아 공공성을 확보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인프라 분배 차원에서 종상향에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2·3종이 늘어나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넓혀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1기 신도시에 속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종상향이 허용되면 신도시 전체가 아파트 지역이 돼버린다”면서 “이 경우 토지가치도 크게 오르고 기반시설도 부족해지므로 종상향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국적으로도 관련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