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4월부터 1년간 면제하는 것을 추진하자 과천이나 고덕 등 준강남으로 불렸던 일부 지역에서 매도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는 버티기에 들어갔던 다주택자들이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떠안기엔 부담스러웠던 측면이 있는데, 양도세 중과 면제 소식이 나오면서 매물 등록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지난 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 래미안 슈르의 매물 수가 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8년 준공해 입주 14년차를 맞이한 곳이다. 래미안 슈르 전용면적 116㎡은 20억5000만원에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로 15억원까지 가능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인 4억5000만원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한 물건”이라고 했다.

인근 신축 아파트 물건도 새로 나왔다. 지난해 1월 준공한 과천 위버필드 전용면적 99㎡는 23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과천 위버필드 재건축 조합은 지난 30일 보류지 입찰 공고를 통해 해당 면적 아파트의 최소 입찰가액을 24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층 조합원 물건으로 이 가격에 사면 2억원 정도 싸게 사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 밖에 과천 위버필드 전용면적 59㎡ 저층이 15억5000만원,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59㎡이 16억원에 급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도 급매 물건이 나오고 있다.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짜리 주택은 최근 13억3000만원, 13억4000만원에 나왔다. 올 2월에 같은 면적 아파트는 13억9300만원에 거래됐고, 작년 8월엔 14억99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저층 일부는 13억원에서 약간 빠지는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서 “다주택자 일부가 보유세 부담에 매도에 나서며 내놓은 물건”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매도해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보고 보유세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지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다주택자 중과 배제 정책이 나오면서 다주택자들의 매도에 나서면 시중 공급 부족 문제는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6월 1일 이전까지 남은 기간이 두 달 남짓이고 대출 규제가 여전해 매수까지 이어질 지 확인해야 한다. 6월 1일이 지나면 보유세를 감안해 다시 호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과천이나 고덕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과천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15~2016년에 과천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한 이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신축 아파트 조합원 물건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 실수요자들은 매수를 고민해볼 만하다”고 했다.

고덕동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로 주변 환경이 개선되며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이 사람들은 현재 보유세 강화 추세가 이어지는 한 어느 때건 매도 결정을 내려야했다”면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자고 빨리 판단한 물건들이 조금씩 나왔고,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