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이어 빌라(연립·다세대 주택)도 구축보다 신축의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 등의 영향으로 구축에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11구역' 내 한 골목. 신축 빌라와 구축 빌라가 혼재돼 있다. / 김송이 기자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7일 기준 전국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9% 하락했다. 2월 마지막 주만 해도 변동률이 -0.05%에 불과했으나 하락폭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0.03% 하락했고, 10년 이상 초과 아파트는 보합세를 보였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는 더 강하다. 지난주 수도권의 5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2%로 집계됐다. 다른 연령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하락률이 0.01~0.03%인 것과 비교하면 신축 아파트 하락폭이 구축에 비해 최대 12배 더 큰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빌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준공 10년 이하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06% 떨어졌다. 신축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면, 지난달 10년 초과 20년 이하, 20년 초과 연립주택은 각각 0.08% 상승했다.

수도권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하락폭도 지난달 확대됐다. 지난 1월 0.07% 하락하며 하락 전환하더니, 지난달 0.09% 내리며 하락폭을 더 키웠다. 같은 기간 수도권 구축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년 초과~20년 이하, 20년 초과 모두 0.08% 상승했다. 신축 빌라 가격만 나홀로 하락 길을 걸었다.

서울의 경우 강북지역의 신축 빌라 가격 하락세가 강했다. 지난달 강북지역 10년 이하 연립주택의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21% 하락했다. 전달까지만 해도 보합을 유지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지난달 서울 전체의 10년 이하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가 0.12%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같은 기간 10년 초과~20년 이하 매매가격지수는 0.01%, 20년 초과는 0.04% 떨어졌다.

이 같은 경향은 실거래가 동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준공된 서울 성북구 장위동 토티캐슬 전용 42.37㎡는 지난 1월11일 2층이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10월 3층이 4억1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에 매매가가 4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축이 구축에 비해 형성된 매매가격 대가 높지만, 가격 상승폭은 신축과 구축이 비슷하다”면서 “최근 장위동 일대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축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가격 방어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시장 취임 후부터 주거장비제수제 폐지,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윤석열 제 20대 대통령 당선인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신축 주택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축 아파트는 집값 급등기에 가격이 워낙 높게 형성됐고, 신축 빌라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안 받아 분양가 자체도 높았고 아파트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도 많이 오른 상태”라며 “가격이 높던 신축은 조정기에 들어갔고, 구축 주택은 정비사업 기대감이 더해지며 하락폭이 작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