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중개 서비스 위주였던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업계가 다변화되고 있다. 중개 서비스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자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거나 시장을 창출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대 프롭테크의 태동기를 주도했던 것은 직방·다방 등 주거 중개 플랫폼이었다. 직방은 지난해 1조 1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고, 다방도 창업 3년 만에 흑자 전환한 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여왔다. 이들이 프롭테크의 대표 주자였고, ‘프롭테크’라면 가장 먼저 이들이 떠올랐다.

한국프롭테크포럼 제공

하지만 최근에는 주거 중개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직방은 3년간 연 매출이 400억 원대에 머물고 있고 다방도 300억 원대에서 정체 중이다. 집토스 다윈중개 등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쟁사들이 속속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이유로 꼽히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시장이 클 만큼 컸다. 중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롭테크 업계 전체적으로는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1′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프롭테크 영역에 대한 투자는 48건, 총 투자액 2698억원으로, 지난 2020년 31건의 581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54%, 액수로는 3.64배 증가했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프롭테크를 포함한 스타트업은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업의 가치가 투자 유치액으로 가시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성장은 업종의 다변화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개 거래 플랫폼이 주력하던 주거 중개의 경우 규제가 늘어나면서 ▲상업용 부동산 중개 ▲건축·인테리어 설계 ▲건물 관리 ▲도시 재생 ▲산업 안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투자 유치액이 가장 큰 프롭테크는 모두 85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 ‘알스퀘어’였다. 공유 오피스 프롭테크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도 각각 300억원, 200억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13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한 ‘어반베이스’는 건축물의 2차원(2D) 도면을 3차원(3D)으로 자동 변환하는 원천기술과 가상현실(A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보유했다. 입력한 주소의 아파트 평면을 3D 그래픽으로 불러와 가구를 배치할 수 있고, 스페이스 AI라는 앱으로 공간을 촬영해 인테리어 상품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아파트 인테리어·리모델링 전문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는 표준 견적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인테리어 예산을 합리적으로 추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인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구주 거래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구주 거래는 기업 간 보유 주식 거래로 비(非)상장사가 절대다수인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 유치액과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볼 수 있다.

‘글로우서울’은 도시재생 전문 프롭테크로 서울 익선동과 대전시 소제동에서 노후된 공간을 탈바꿈해 ‘핫플레이스’로 브랜딩한 프롭테크다. 현재도 창신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지난해 개발의뢰만 500건 이상 들어왔다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 이슈가 부각되면서 산업안전 프롭테크도 등장했다. ‘무스마’는 통신 환경이 척박한 건설 현장에 안정적인 무선 통신망을 제공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크레인 충돌 방지와 근로자 끼임 사고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대형·중견 건설사 20곳이 무스마와 거래 중이며 조선소 등도 무스마의 기술을 활용 중이다.

판매 채널 관리시스템, 예약 및 객실 관리시스템, 현장 관리시스템 등 호텔 운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H2O호스탈리티’는 지난해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자금(해외 진출·인수합병·기업공개를 위한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지난해 1월만 해도 141개이던 회원사가 지난달에는 194개로 40%가량 늘었다”면서 “회원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지면서 서비스 종류별 카테고리(분류)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부동산 관리 카테고리라도 수리·보안·청소·아파트·커뮤니티 등 서로 다른 시장이 창출되고 있고, 이런 식의 분화는 앞으로 IT 혁신이 가속화할 수록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산업의 규모에 비하면 프롭테크 시장은 아직 초창기 수준이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시장이 커질수록 서비스가 다변화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건설 현장 안전 문제 등이 급변할 텐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프롭테크들이 시장을 창출하고 또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