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하이엔드) 브랜드를 따로 갖지 않은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 건설이 새 브랜드 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늘면서 공들였던 사업장을 사수하는 데 필요해졌고, 나아가 수주 실적을 높이는 데에도 새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 신년사를 통해 연내 새 브랜드 출시 계획을 발표한 SK에코플랜트는 이 브랜드를 고급 브랜드로 만들지, 아니면 SK뷰를 대체할 범용 브랜드로 쓸지를 검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강남 이외 지역에서도 고급 브랜드 사용이 일반화되고, 핵심지역에서 수주하는 과정에 고급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모습. /연합뉴스

포스코건설도 최근 아파트 브랜드 ‘더샵’ 외에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작년 12월 노량진3구역 재개발 수주 입찰에서 단지명을 ‘포스코 더 하이스트’로 제안하기도 했다. 더샵을 쓰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 관련해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 “적용 단지·기준 등 진행사항 또한 회사 대외비”라고 했다.

두 건설사가 브랜드 출시 검토에 나선 것은 최근 핵심 정비사업지 수주전에서 고급 브랜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조합들이 늘면서 그런 브랜드가 있는 다른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수주한 지역에서도 시공사 변경 요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4조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쌓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서울권 대단지 수주실적은 좋지 않다. SK에코플랜트는 노량진2구역과 6구역, 7구역을 수주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공사 교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량진7구역 재개발조합은 작년 12월 말 시공사 변경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었으나 부결된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각 조합에서 집값 상승을 위해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건설사 측에서도 새 브랜드 출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건설사들도 앞으로 브랜드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할지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