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 아파트 값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이제는 인천 아파트를 사려면 10년 이상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천과 경기에 비해 집값 상승폭이 작았던 서울의 내집 마련 가능성은 미미하게 높아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아파트 / 연합뉴스

1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인천 KB아파트담보대출 소득대비집값비율(PIR) 은 10.2배로 집계됐다. 리브부동산이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인천의 PIR이 10배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출로 담보로 설정한 주택의 가격을 대출자의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주택가격과 연소득 모두 중위가격을 넣어 구하는데, 이 지수는 국민은행 대출거래 정보를 활용해 시장참여자들의 실제 가구소득과 주택가격을 반영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수치가 10.2배라는 의미는 중위소득 가구가 10.2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지역 내 중위가격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치 산출 근거가 된 지난 분기 인천 지역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은 4207만원, 집값은 4억3000만원이다. 각각 전분기 대비 236만원(5.9%), 5500만원(14.7%) 오른 금액이다.

경기 지역 PIR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경기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11.4배로 나타났다. 경기의 PIR은 작년 1분기만 해도 9.8배였으나 2분기 10.4배, 3분기 10.7배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작년 4분기 또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 지역 중위 가격 아파트값 상승폭은 중위 소득 증가폭의 약 14배에 달했다. 작년 4분기 경기 지역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은 4680만원, 주택가격은 5억3450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24만원(0.5%), 3650만원(7.3%) 오른 금액으로 소득에 비해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눈에 띄는 점은 서울의 PIR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서울 PIR은 13.4배로 3분기(13.6년)에 비해 0.2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 12.7배였던 서울의 PIR은 2분기 13.4배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3배를 넘어섰다. 이후 3분기 13.6배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4분기 들어 하향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지역의 PIR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경기와 인천의 집값 상승폭이 서울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인천의 아파트 가격은 재작년 12월 대비 32.93% 상승했다. 경기의 집값 상승률도 29.33%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재작년 동기 대비 16.4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20.18%)을 밑도는 수준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노원구의 아파트 가격이 1년간 23.64% 상승해 상승폭이 가장 컸지만, 경기와 인천의 평균 상승률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서울에서 인천과 경기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됐는데, 이미 상승폭이 높았던 서울에 비해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면서 “인천과 경기 지역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집값이 급등하면서 PIR도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