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부쳐진 제주 분양형 호텔이 줄줄이 유찰되는 신세다. 과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덕에 수익형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떠올랐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한한령(限韓令)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코업시티호텔 성산’ 전경. /다음 로드뷰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코업시티호텔 성산’의 한 호실은 감정가 1억7300만원에 경매로 부쳐졌으나 3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22일 62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36%에 불과하다.

이 호텔은 과거 분양형 호텔로 일반에 분양됐다. 분양형 호텔은 호텔 객실을 오피스텔처럼 구분등기해 객실별로 1억~2억원에 분양한 호텔이다. 소유자들은 위탁법인에 호텔 경영을 맡기고, 위탁법인은 호텔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소유자에게 배당한다. 소유자들은 건물 관리와 임차인 모집을 직접 하지 않아도 돼 호텔 영업이 잘되면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손님이 적으면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 운영비만 줄줄이 새 나가 적자를 본다.

이번에 경매로 부쳐진 코업시티호텔 성산도 (주)코업시티호텔성산이 소유자들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아 호텔을 운영하는 분양형 호텔이다. 경매로 나온 523호는 2015년 한 개인이 분양받았는데, 채무 관계로 경매로 부쳐졌다가 최초로 경매로 나온(2021년 3월) 지 1년여 만에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최근 제주 경매 시장에서는 분양형 호텔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제주시 연동 ‘에어시티호텔’ 한 호실도 감정가 1억8500만원에 경매로 부쳐져 내리 3번 유찰됐다. 입찰가는 6300만원으로 낮아졌다. 감정가 2억400만원짜리 서귀포시 서귀동 ‘FK알레그리아호텔’ 한 호실도 3차례 유찰돼 입찰가가 7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더아트스테이제주 함덕호텔’ 한 호실도 3차례 유찰됐고, 제주 노형동 ‘호텔위드제주’ 한 호실도 2차례 유찰됐다.

이는 제주 아파트 시장이 작년부터 반등해 큰 폭으로 오른 것과 대비가 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제주의 아파트값은 2017~2020년 4년 연속 내렸다. 2017년(-0.23%), 2018년(-0.65%), 2019년(-2.12%), 2020년(-0.6%) 등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24.29% 급등하며 전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20.18%)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았다.

분양형 호텔이 제주 경매시장에서 수요자 외면을 받는 이유는 호텔 경영이 사정이 상당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제주 분양형 호텔은 유커가 늘어난 2012년부터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뿐 아니라 서울 명동, 강원도 속초 등 관광지에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한한령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며 타격을 입었고, 2020년부턴 코로나19로 호텔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으며 사정이 더 나빠졌다.

제주도에선 분양형 호텔이 과잉공급된 영향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2018년 발행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비주거용 부동산 분양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은 제주시에 27곳 5934객실, 서귀포시에 25곳 4771객실이 있다. 제주도에 총 52곳 1만705객실이 존재한다. 제주에선 2011년 분양한 서귀포시 ‘오션팰리스호텔’이 2013년 첫 분양형 호텔로 영업을 개시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1만여 객실이 등장한 것이다.

분양형 호텔을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은 해당 지역 객실 가동률과 개별 입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관광객들은 신축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에 준공 연차가 쌓일수록 수익률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호텔이 폐업하며 투자금 대부분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제주뿐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분양형 호텔이 경매로 종종 나오는데, 인기가 없는 이유는 낮은 수익률 때문”이라면서 “분양형 호텔을 투자하려는 수요자들은 ‘연 11% 보장’과 같은 과장 광고를 그대로 믿지 말고 객실 가동률과 공실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