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27억원에 달하는 경북 포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53대 1을 기록했다.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지만, 초고가 아파트 청약은 견고한 모습이다.

포항자이 디오션 광역 조감도. /GS건설 제공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2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포항자이 디오션’은 101가구 모집에 1만2526명이 청약해 1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청약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건 펜트하우스였다. 포항자이 디오션은 전용면적 153㎡(63평형) 2가구를 펜트하우스로 특화해 26억9580만원에 분양했다. 45층 최상층에 위치해 ‘오션뷰’가 가능한 물건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과 견줄 만큼 비싸 “지방에서 과연 팔리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무려 106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53대 1에 달했다.

이는 포항 청약 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결과다. 최근 포항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흥행과 참패를 번갈아 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남포항 태왕아너스’는 334가구 중 155가구가 접수해 179가구가 미분양됐다. 같은달 ‘포항자이 애서턴’은 평균 30대 1의 경쟁률로 흥행했는데, ‘포항 펜타시티 동화아이위시’는 506가구 중 165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달 ‘한화 포레나 포항2차’ 청약은 경쟁률 2대 1에 그쳤다.

청약 시장 분위기가 마냥 좋지 않은데도 27억원짜리 펜트하우스가 흥행해 지방에서도 초고가 시장은 견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단지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분양한 ‘포항자이 애서턴’도 전용 169㎡ 펜트하우스 2가구를 18억5000만원에 분양해 경쟁률 41대 1로 마감했다. 같은달 전남 나주에서 분양한 ‘나주역자이 리버파크’ 전용 179㎡ 펜트하우스도 4가구 모집에 39명이 청약해 경쟁률 10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13억9350만원이었다. 같은달 전북 익산에서 분양한 ‘익산자이 그랜드파크’ 전용 172㎡ 펜트하우스도 11억7050만원에 분양해 경쟁률 88대 1을 기록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분양한 현대건설의 ‘라펜트 힐’은 지난해 12월 ‘전(全) 가구 펜트하우스 급’을 내걸고 분양가를 무려 20억~38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의외로 선방했다. 72가구 중 49가구는 최초 청약에서 계약이 완료됐고, 23가구는 미분양돼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뜻)’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으로 지난달 재공급됐다.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49가구(68%)나 소화됐다는 게 꽤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분양가가 38억900만원으로 라펜트 힐에서 가장 비싼 전용 244.79㎡는 최초 청약에서 계약돼 ‘줍줍’ 물량으로 풀리지 않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에서도 ‘그들만의 리그’는 통한다는 의미”라면서 “지방의 기업가, 병원장, 고소득 자영업자, 고위공직자 등이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원하는 니즈가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양극화되고 있는데, 도시 내에서도 양극화가 빚어지는 이중양극화(지역 간, 지역 내)가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