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며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이 무섭게 급등하고 있다. 그간 인테리어 가격의 평균이자 정석으로 불린 3.3㎡(1평)당 100만원은 옛말이 됐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전준범 기자

22일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오늘의집은 평당 인테리어 시공 가격이 110만원 이하면 ‘저가 시공’, 110만~139만원이면 ‘중저가 시공’, 140만~179만원이면 ‘중고가 시공’, 180만원 이상이면 ‘고가 시공’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2~3년만 해도 평당 100만원이 평균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평당 140만원이 평균으로 불린다. 전용면적 84㎡(34평형) 기준으로 보면, 총비용이 3400만원에서 4750만원으로 40% 오른 셈이다.

수요자 사이에선 “명품백을 두고 ‘오늘이 가장 싸다’고 하는데, 인테리어 비용이야말로 ‘오늘이 가장 싸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2년 전에 공사 견적을 3000만~4000만원대로 받았는데, 요즘 똑같은 공사의 견적을 받으니 6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요즘은 기본이 평당 200만원이라 34평형(전용 84㎡)인테리어비가 6800만원이나 든다”, “영끌해서 구축아파트를 겨우 샀는데 인테리어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그냥 살아야 하나 고민”이라는 식이다.

인테리어 비용이 오른 주원인은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이다. 우선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업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타일공 일평균 단가(1일 8시간 기준)는 2019년초(공표일 기준) 19만9848원에서 올초 24만7079원으로 3년간 24% 올랐다. 같은 기간 창호공은 18만7530원에서 22만4380원으로 20%, 도배공은 16만5558원에서 19만2426원으로 평균 단가가 각각 16% 올랐다.

실제 체감하는 인건비 상승 폭은 더 크다. A급 타일공은 일당 40만~50만원에도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요즘 시장 분위기다. 경력 있는 인테리어 시공기사를 구하기 힘들자, 인테리어 대기업들은 자체 시공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릴 정도다. 한샘은 지난해 1월 ‘한샘아카데미’, LX하우시스는 지난해 12월 ‘LX Z:IN 시공아카데미’를 각각 개관하고 자체 인력 양성을 시작했다.

자잿값도 많이 올랐다. 특히 인테리어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창호값이 크게 올랐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창호의 원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이 작년에만 60%가량 올라, KCC와 LX하우시스 등 국내 대표 창호 기업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한샘, 현대리바트, LX하우시스 등 국내 주요 인테리어 기업들은 매출 상승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 특수’로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한 것도 비용을 상승시킨 원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리모델링·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늘며 2020년 41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 연구위원(실장)은 “인테리어 비용에서 대략 40%가 자재비인데, 작년엔 자재비가 평균적으로 30% 이상 올랐다”면서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자 인테리어 수요도 늘어, 수급상 인테리어 비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이어 “지금은 과도기여서 인테리어 비용이 비싸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동주택 거주 비중이 최고 높을 정도로 아파트 거주문화가 대세”라면서 “아파트는 전용면적 59㎡, 84㎡ 등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시장이 발전하다 보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장기적으로 비용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