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상승을 멈추고 3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인공지능(AI)은 향후 3년간 서울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손민균

17일 빅데이터와 AI 기반 부동산 정보 서비스 ‘리치고’에 따르면 리치고 AI 시스템은 향후 3년간 서울 집값이 ‘약간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리치고는 전·월세 가격과 수급동향, 구매력지수, 소득, 일자리, 물가지수, 인구 변화, 미분양 물량, 입주 물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AI 기술을 적용해 미래 집값을 예측한다. 다만 정부 정책 변화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고려되지 않는다. 리치고는 2004년부터 18년간 데이터를 쌓았으며, 이 인공지능의 적중률이 74%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리치고를 운영하는 프롭테크 기업 데이터노우즈에 따르면, 리치고가 서울 집값 하락을 전망한 이유는 ▲전세 대비 저평가지수의 급격한 하락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 ▲주택구매력지수(HAI) 악화 등이다. ▲미분양 주택 감소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로 전체 가구수의 증가 등이 집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하락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해 인공지능은 서울 집값 하락을 전망했다.

‘전세 대비 저평가지수’는 고평가와 저평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리치고가 자체 생산한다.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과 다른 개념인데, 전셋값 증감률과 매매가격 증감률을 비교한다. 전셋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저평가, 반대로 매매가격 상승률이 높을수록 고평가라고 본다. 전세는 투자수요가 없이 실거주 수요만 있기 때문에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을수록 매매가격에 거품이 없다는 분석이다.

리치고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의 저평가지수는 -31.4%로, 역대 최고로 고평가돼있다. 전셋값보다 매맷값이 훨씬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 지수가 역대 최고로 저평가됐을 때는 2016년 5월로 지수가 +9.1%(저평가)였다.

그래픽=손민균

리치고는 또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근거로 서울 집값 하락을 전망한다. KB부동산의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리치고의 PIR은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금액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리치고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의 PIR은 29.9로 고평가 구간에 들어가 있다.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연금, 세금 등을 빼고 실제로 벌어들이는 연 소득을 ‘숨만 쉬고 저축해’ 총 29.9년 모아야 중위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구매력지수(HAI) 악화도 리치고가 서울 집값 하락을 예상한 근거다. 이 지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정도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의 소득으로 대출원리금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수가 100을 넘을수록 상환이 부담되지 않고, 낮을수록 부담된다는 의미인데 HAI 지수는 2015년부터 급격히 악화돼 작년 3분기엔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리치고는 경기·부산·인천·대구·광주·제주 집값도 향후 3년간 ‘약간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경상·충청·전라·강원·울산·대전 집값은 보합으로 전망했다. 시·도 기준으로 집값이 전국적으로 보합을 기록하거나 내린다는 전망으로,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은 없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며 미래를 예측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나 임대차3법 정책으로 인한 전셋값 급등과 같은 미래의 일은 데이터로 예측이 불가능해 100점짜리 예측은 나올 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기술 개발과 데이터 축적으로 80점짜리 예측모델은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리치고도 최초 60점짜리 모델에서 74점짜리 모델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