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아파트 월세 가격과 거래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하기 위해 월세 거래를 택하고, 임차인은 전셋값 급등으로 상승분을 월세로 내는 방식을 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대출 이자율이 4%대로 높아지면서 월세를 택한 임차인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대흥동 한 공인중개소 앞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 김송이 기자

28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서울 월세지수(2019년 1월=100)는 109.9로, 지난해 1월 대비 5.51% 상승했다. 월세지수는 2020년 8월 100.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17개월째 매달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KB월세지수는 중형 면적(면적 95.9㎡) 이하 아파트의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한다. 월세지수는 매매지수나 전세지수보다 변동이 작다. 집값보다 금리 영향을 더 받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서울 월세지수는 2015년 12월~2020년 8월 사이 99.7~100.4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는 실거래가 동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15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6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성사됐다. 작년 4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월세가 73% 가량 올랐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독산중앙하이츠빌 전용 84㎡(7층)은 지난달 18일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작년 4월에 같은 면적 아파트(11층)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월세가 두배로 뛰었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오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건은 총 1만486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량은 6310건으로 전체 거래의 42.4%다.

작년 1월만 해도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5.5%였다. 이후 같은 해 7월까지 30% 대를 유지하더니, 8월 41.3%을 기록하며 연중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의 월세 비중은 작년 하반기 동안 30% 후반과 40%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월세가 늘어난 것은 단기간에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금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6932만원이다. 지난해인 2021년 1월 평균 전세가격(5억8827만원) 대비 13.8% 올랐다. 2020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779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전셋값이 40.1% 증가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른 것도 월세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전세자금대출 최고 이율은 4%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KB국민은행의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7~4.9%,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대출 금리는 3.7~4.3%, KEB하나은행 우량주택전세론은 3.65~4.95% 정도다. 전월세 전환율은 지역이나 주택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아파트의 경우 통상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30만~40만원선으로 계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차인은 전세금 증액 대신 월세를 택할 요인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의 80%를 은행에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나 월세나 별 차이가 없다”면서 “전세 대출에서도 원금을 내게 하는 안이 논의된 영향인지, 월세나 반전세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2~3개월 만에 월세가 확 뛰었다”면서 “작년 하반기만 해도 보증금 1억원을 월세 30만원 정도로 전환했는데 최근에는 35만원에서 높게는 4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용 59㎡ 기준 처음에 전세 보증금 호가가 최대 10억원에 이르렀지만, 찾는 사람이 없자 최근에는 8억원 대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월세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유세 부담 증가로 임대인들도 월세를 받아 세금을 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가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을 더 거주한 임차인이 임대차 시장에 대거 나오면 월세 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