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사들의 혈투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포 우성9차 리모델링 공사 전후 사진 /포스코건설 제공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리모델링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수주한 곳은 1조9258억원을 수주한 현대건설이다. 지난 2020년 12월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한 지 1년 만의 실적이다.

GS건설(1조4176억원), 포스코건설(1조3923억원), DL이앤씨(1조335억원), 쌍용건설(1조2600억원)도 리모델링 수주액 1조원을 넘겼다. 이 밖에 롯데건설(6745억원), 삼성물산(6311억원), 현대엔지니어링(6047억원), 대우건설(5721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 2019년 수도권의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 26곳 중 포스코건설이 13곳, 쌍용건설이 6곳을 휩쓴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다른 양상이다. 지난 2020년에도 포스코건설이 수주액 566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1505억원 규모의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 1건 밖에 수주를 못했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갑자기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시장은 과거 규모가 작고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수익이 적은데다, 기존 골조를 유지해야 하는 물리적·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상당수 건설사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며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모두 93곳으로 지난 2019년 37개 단지, 2020년 58개 단지에서 최근 3년 새 매년 60%가량 늘었다.

여기에 수주할만한 다른 일감이 적다는 것도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으로 달려가는 이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를 할만한 신규 택지나 초대형 인프라가 마땅치 않다”며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로 해외 건설도 당분간 계속 빗장이 잠길 것으로 예상돼 믿을 구석은 사실상 정비사업뿐”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리모델링 사업 수주액은 지난 2020년 1조3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1월까지 집계분만 6조3887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고, 연말까지는 8조666억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된다. 6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리모델링 시장 규모를 15조~20조원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 중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8개 건설사가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따로 만들 정도로 건설업계의 관심은 커진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은 그동안 소수의 건설사만 관심을 보이던 곳인데,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한 이후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라며 “아직 지배적인 입지를 구축한 건설사가 없어서 올해에도 혼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 시장의 열기에 힘입어 전체 정비사업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정비사업 총수주액은 28조4947조원으로, 2020년(18조6309억원)의 1.5배 이상이 됐다. 현대건설(5조5499억원)과 GS건설(5조1436억원)은 정비사업 수주액 5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포스코건설(4조213억원), 대우건설(3조8992억원), DL이앤씨(3조816억원)도 정비사업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