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발표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이 향후 먹을거리로 해상풍력 발전을 꼽고 앞다퉈 바다로 진출하고 있다. 다만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시장이라 기술적 측면의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상 풍력 발전기 전경 /조선DB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3일 SK디앤디·씨앤아이레저산업과 굴업도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위한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 인근 해상에 약 240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1조30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달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용 터빈 하부 구조물을 제작하는 삼강엠앤티에 3426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 삼강엠앤티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1169억원어치도 매입해 모두 4595억원을 투자했다. 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인 ‘재킷’ 제작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9년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대규모 해상 구조물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화건설 역시 지난해 말 풍력사업실을 신설하고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400㎿급의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양양 수리·보령 녹도 등에서 모두 3조9000억원 어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와 다르게 부유식이 아닌 고정식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과 설치·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 현대스틸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스틸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발전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앞다퉈 해상풍력 발전에 진출하는 것은 해상풍력이 탄소 중립 시나리오 실현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 탄소 감축 흐름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전체 생산 전력 중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2%로, 2050년까지는 60~70%로 맞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서 2050년 기준 적어도 150GW 이상 전력은 풍력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육상풍력 발전의 경우 산림 훼손이나 소음으로 반발 여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부각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에 건설업계의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이미 11월 현재 전국 9곳, 51기의 해상풍력 발전기가 건설돼 142㎿ 규모를 발전하고 있고, 향후 46곳에서 10.3기가와트(GW)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당장 오는 2022년부터 정책적으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고정식 12GW, 부유식 5GW 등 모두 1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은) 탄소 중립과 ESG 추세에 부합하는 사업이면서 향후 성장 잠재력도 아주 큰 시장”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 진출까지 가능하도록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건설사들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다 보니 기술력이나 경험이 미흡하다는 점은 직시해야 한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기대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시장 초기라 실제 경험은 부족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기술적 성숙도나 설계·운영·자금 조달·안전 등에 대한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국 건설사들도 대규모 교량이나 해저터널 시공의 경험이 있어 기술적 기반은 갖추고 있는 만큼 연안에서 이뤄지는 해상풍력 발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또 유럽 일부 국가들이 원양 부유체나 앵커링(anchoring) 등 일부 기술에서 한국보다 앞서나가고 있어도, 인허가나 시장 환경 측면에서 한국에 최적화된 한국 건설사들을 제치고 시장을 독식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