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급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 전경. / 서울시 제공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와 서울시는 구룡마을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하기 위해 최근 내부적으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구룡마을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사업시행자(SH공사)가 토지소유권을 갖고, 분양받는 사람이 건물(아파트) 소유권을 갖도록 하는 공급 방식이다. 아파트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땅값이 빠져 분양가가 반값 수준으로 저렴해진다.

대신 입주자는 매달 수십만원의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2011년, 2012년 각각 공급된 서초구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반값 이하인 2억원대에 불과했다. 토지임대료는 월 30만~40만원대였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적극 주장한 정책이라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김 사장은 인사청문회와 취임식 등에서 “강남 30평대 아파트는 5억원, 주변은 3억원 정도가 적정할 것”이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도입 의지를 밝혔다. 대치동 세텍(SETEC) 부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 등 후보지도 언급했다.

그러나 위 부지들은 활용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이미 수차례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땅이다. 세텍 부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제2시민청 건립을 추진하자 강남구가 2016년 총력저지투쟁을 선언하며 막아선 곳이다. 강남구청은 당시 “국가 경제 발전과 강남의 세계화를 위해 촌각을 다투어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며 공사 중지 명령까지 내렸다. 서울의료원과 수서역 공영주차장에서도 시와 강남구청이 개발 방향을 두고 거세게 충돌했다.

반면 구룡마을 개발은 업무지구가 아파트로 바뀐다는 거부감이 있는 세텍 부지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주민 반발이 낮아 ‘반값 아파트’ 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구청은 서울시와 개발 갈등을 빚을 때마다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수서역 임대주택 물량을 포함시키고 수서역 인근에는 교통시설 이용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서울의료원 부지 대신) 구룡마을 용적률 상향으로 800가구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구룡마을을 대안으로 내세워서다. 반값 아파트’ 도입에 잡음이 적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집단 무허가 판자촌 26만6304㎡ 부지에 2838가구(임대 1107가구, 분양 173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인가·고시했고, 내년 착공해 2025년 하반기까지 사업을 완료할 목표를 갖고 있다. 한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투기 방지를 위해 임대만 4000가구 짓겠다”며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원안대로 분양과 임대를 더한 아파트 2838가구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