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아파트 증여 거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여 열풍’이 인천과 경기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4년 만에 최소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와 강동구 일대 / 연합뉴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시 내 증여 거래는 449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9월 43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던 작년 7월, 평소 대비 2배 수준인 3362건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이후 1000건대에서 많게는 2000건대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지난 8월 604건으로 줄어들더니 9월 또다시 감소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인상했다.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최고세율도 75%로 인상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증여가 급격히 늘어났다. 다주택자들이 보유나 매도보다 증여가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증여가 줄다 보니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다. 지난 9월 서울의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7.7%로 나타났다. 작년 9월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21.5%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 지난 6월 올해 중 최고치인 22.9%를 기록했던 증여 비율은 이후 감소세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던 강동구의 경우 증여 비율이 올 초의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1월~9월 강동구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348건으로 전체 아파트 거래(5102건)의 26.4%를 차지했다. 강동구의 증여 비율은 지난 1월만 해도 40.7%에 달했는데 지난 9월 들어서는 3.9%로 감소했다.

반면 경기와 인천에서는 아파트 증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인천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525건으로, 전달(230건) 대비 2배 이상이 됐다. 전체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도 3.1%에서 10.4%로 증가했다. 지난 9월 경기의 아파트 증여 건수도 전달(1942건) 대비 소폭 증가한 1971건으로 집계됐다. 증여 비율도 전달(7.3%)보다 높은 7.9%로 나타났다.

경기와 인천에서 증여 비율이 상승하는 것 역시 집값 상승에 따른 ‘반사작용’이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증가해 증여를 택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이 먼저 겪은 일을 수도권이 따라가는 셈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 4억3550만원이었던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9월 5억9599만원으로 36.85% 상승했다. 인천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3억2850만원에서 4억2448만원으로 29.2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서울 다주택자들의 자녀 증여 작업이 일단락 됐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증여 열풍은 서울부터 시작돼 시간 차를 두고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권 곳곳에 아파트를 갖고 있던 다주택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똘똘한 한 채’인 서울 지역의 아파트를 우선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아파트를 증여할 사람은 웬만큼 했고, 이제는 집값 상승으로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경기와 인천에서 증여를 할 시기”라면서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증가시킬수록 다주택자들은 시장에 보유 주택을 내놓기보다 증여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