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보여주는 월세수급지수는 임대차3법과 양도소득세 중과가 도입된 작년 7월 이후 아파트가 먼저 100을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단독주택에서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4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9.2로, 지난해 7월(100.3) 관련통계를 집계한 201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선 후 1년 3개월째 100을 상회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21.4.26/연합뉴스

월세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보다 크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며,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더욱 크다는 의미다.

이 지수에 따르면 월세수요는 제주도를 뺀 16개 시도에서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19년 12월(101.3) 처음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후 단 한차례(2020년 5월, 98.9)를 제외하면 계속 100을 넘겼다. 경기도에서도 작년 6월(100.8) 처음으로 100을 넘겼고, 현재 113~120을 오가고 있다. 부산(104.5)과 대구(110.6), 광주(107.7), 대전(108.1), 울산(109.4)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연립다세대나 단독주택에서도 월세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은 각각 올해 8월(102.7)과 9월(101.0) 월세수급지수가 100을 넘겼다. 관련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의 경우 월세수급지수가 지난 2019년 각각 83.9(2019년 6월), 90.0(2019년 2월)으로 최저치를 찍었으나, 다시 반등한 후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작년 7월에 임대차3법을 시행하고 나서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생겨난 것”이라면서 “수요는 꾸준한 가운데 공급만 막혔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계속 부족해지면서 시장이 매도자·공급 우위인 상황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주택의 평균 월세가격은 105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105만2000원으로 100만원을 처음 넘긴 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평균 월세 보증금도 1억5022만1000원을 기록, 작년 9월(9832만6000원) 대비 5000만원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만큼 앞으로도 월세 수요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전세가 소멸되고 월세 위주로 임대차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당장 전세대출은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내년에 다시 규제에 포함시킬 경우 목돈을 모으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를 더욱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월세와 보증금이 오르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3법으로 전세물량이 줄어드는 것에 더해 입주물량까지 줄어들면 월세가격이 비싸지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현재 임대차계약에서 전세와 월세 비중이 6대4 정도인데 앞으로 월세비중이 높아지면 5대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