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개발된 아파트가 차츰 청약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지라 가구수가 적다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부각되며 청약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그래픽=손민균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북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된 대구 시지 센트레빌(120가구)은 평균 청약경쟁률 8대 1로 1순위에서 마감했다.

수치로만 봤을 땐 경쟁률이 그닥 높아 보이지 않지만, 공급이 단기간 몰리며 미분양이 속출한 대구 분위기를 고려하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시청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2365가구로 전월(1148가구) 대비 급증했다.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태왕디아너스오페라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등이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거제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된 거제 미소지움 더퍼스트(192가구)가 지난달 평균 21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지난 7월엔 부천 브라운스톤 원종(137가구)이 평균 38대 1, 울산 번영로 센텀파크 에일린의 뜰(191가구)이 평균 19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전국 곳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지의 승전보가 울려 퍼진 것이다.

공급 부족이 극심한 서울에선 낮은 분양가가 부각되며 세 자릿수 경쟁률이 기록됐다. 지난 4월 분양한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82가구)와 3월 분양한 자양 하늘채베르(165가구)는 각각 218대 1, 36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구수가 적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고가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부각됐다.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는 전용면적 63㎡가 최고 6억7710만원, 자양 하늘채베르는 전용면적 46㎡가 최고 5억172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된 서울 고덕 아르테르 미소지움(100가구)은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도 갈아치웠다. 평균 537대 1의 경쟁률로 서울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을 썼다. 100가구짜리 소규모 아파트라 인근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등과 비교하면 상품성이 낮지만 전용 84㎡가 8억6600만원으로 분양가가 싸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분양일(2020년 10월)을 기준으로 고덕그라시움 84㎡ 실거래가는 약 17억원이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미만 소규모 노후주거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12년 처음 도입됐는데, 정비사업지에서 유행한 건 몇 년 전부터다. 재개발과 달리 정비구역 지정과 안전진단 절차를 밟지 않아도 돼 사업속도가 빠르다. 소규모 재개발이라 대단지에 비해 상품성이 낮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데, 최근 청약 시장에서 연이어 돌풍을 일으키며 사업성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고 새 아파트인 데다,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주로 택지지구처럼 외딴곳이 아닌 인프라가 갖춰진 구도심에 지어져 소규모 아파트라도 수요가 받쳐준다”면서 “청약 인기도 나타난 만큼, 가로주택 방식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