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마다 열심히 부동산 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직장인 이모(26)씨의 주 관심사는 ‘초소형 아파트’다. 이씨는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대출 규제로 ‘영끌’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어 마땅한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서울을 포기할 수 없다면 평수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초소형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와 리센츠 전경.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무주택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투룸에 가까운 형태인 ‘초소형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전용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전용면적 40㎡ 미만인 소형 아파트 가격은 한달 새 2.5% 상승했다. 모든 전용면적 유형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까지 누적 상승률도 소형 아파트가 가장 높다. 전용면적별 누적 상승률은 ▲소형(전용 40㎡ 미만) 13.9% ▲중소형(전용 40~62.8㎡) 11.9% ▲중형(전용 62.8~95.9㎡) 10.7% ▲중대형(전용 95~135㎡ 미만) 10.9% ▲대형(전용 135㎡ 이상) 10.4% 등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대우’ 전용면적 31㎡는 지난달 24일 4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연초 거래가격인 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5% 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과 인접해 젊은 직장인이 직접 살기도 괜찮고, 전세가격이 2억원 후반대에 형성돼있어 적은 자본으로 갭투하려는 수요도 있다”고 했다.

초소형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에비뉴 청계2′는 5가구 모집에 1048명이 접수해 20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은 모두 16~27㎡로 구성됐고, 무순위 청약은 전용 16㎡와 17㎡였다. 앞서 지난 7월말 실시했던 1순위 청약에서도 총 81가구 모집에 164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3.4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사실 초소형 아파트는 그 구조가 원·투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다만 보안이나 커뮤니티 시설, 관리비 면에서 아파트 특유의 편의성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2인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 임차 수요가 많고, 그에 따라 환금성도 높은 편이다.

강남권에 위치한 초소형 아파트의 경우 1㎡에 3000만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빌리지’ 전용 23㎡는 지난 8월 7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도 지난 1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초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로 ‘막차 영끌’을 지목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원을 넘은 상태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가 늦게라도 부동산 매수에 동참하다보니 구매 가능한 매물인 초소형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초소형 아파트는 중·대형에 비해 면적당 가격이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