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월 한달간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역대 두 번째로 3000건을 돌파했다. 비규제지역인 데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아 다주택자를 겨냥한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보니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여름 강원도 속초시 해수욕장 일대 아파트 단지들 / 연합뉴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도의 지난 8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178건으로 작년 12월(3388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줄곧 2000건대 초중반대를 유지하던 매매거래량은 지난 8월 전달 대비 21.6% 증가하며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다.

월별 매매량 증가에 따라 강원지역 1월~8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사상 최초로 2만건을 돌파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강원도의 누적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59건 증가한 2만9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같은 기간 거래량 중 최대치다.

거래량 증가에 따라 아파트 매매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억7955만원으로 전달대비 1.0%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9월 누적 상승률은 21.2% 달한다. 올 1월 강원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억4819만원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춘천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2억22895만원으로 가장 높다. 원주시의 지난달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억187만원으로 처음으로 2억원대를 돌파했다. 이외 속초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억425만원으로 도내 두번째로 높았고, 강릉시의 매매가는 1억9790만원으로 2억원 진입을 눈 앞에 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원도가 ‘규제 사각지대’라는 점이 수요를 유인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강원도 모든 지역은 비규제지역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70%까지 적용되고, 취득세 중과 대상이 아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다. 동해 바다를 끼고 있어 ‘세컨 하우스’ 수요와 매매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외지인이 강원도 내 아파트를 매입한 물량은 1540건으로 전체 매매량(3178건)의 48.5%에 달한다. 외지인 지역별 매입 건수는 서울 거주자 503건, 서울 외 기타 시도 거주자 1037건이다.

공시가격 1억 미만 소형 아파트를 노린 매입세도 강하다. 공시가격 최고가가 5190만원인 강원 원주시 단계동 세경3차 아파트의 경우 지난 8월~9월 두달 간 124건이 매매됐다. 전체 420가구 중 29.5%에 가까운 물량이 한달 새 팔린 것이다. 오는 2024년 입주를 앞둔 강릉시 교동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 분양권의 경우 지난 8월~9월 동안 전체 물량 1305건의 8.3%인 108건이 매매됐다.

단계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의 경우 매수자의 50%는 실거주민, 나머지 50%는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외지인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최고 실거래가가 1억3000만원이던 한 단지 호가는 최근 1억5000만원대를 웃돌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아파트 경매 열기도 뜨겁다. 법원전문경매업체 지지옥션의 조사 결과 지난 9월 기준 강원도 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4.6%포인트 상승한 97.6%로 집계됐다. 전국 8개 지방광역시도 가운데 전남, 충남 다음으로 전월 대비 상승폭이 컸다.

사례별로는 감정가 1억1500만원의 강원 원주시 단구동 성일아파트 전용면적 59.6㎡는 지난달 진행된 경매에서 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매물의 낙찰가율은 119.1%에 달하며, 19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의 최고 공시가격은 6940만원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원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 건 평창동계올림픽 전 투자 수요가 몰린 2016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대출 규모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덜해 공시가격 1억 미만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매입 행렬이 강원도 일대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