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서 준공업지역의 토지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속된 정비사업으로 개발가능한 땅이 줄어든데다, 정부가 지난해 5·6대책, 올해 2·4대책 등을 통해 준공업지역 개발계획을 밝히면서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조사(R-ONE)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토지거래량은 1432필지로 1년 전(2266필지)보다 36.8% 줄었다. 6월(1347필지)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올 1~7월 평균(1727필지)보다 적은 수준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가 있는 구로 일대를 촬영한 항공 사진.

준공업지역의 토지거래량은 2018년까지 서서히 증가하다가 2019년부터 크게 감소했다. 월별 거래량의 연도별 평균을 구해보면 최근 5년간 2016년 1628필지, 2017년 1879필지, 2018년 2227필지 등으로 증가했으나 2019년 1411필지, 2020년 1688필지 등으로 다시 감소했다. 전국의 토지거래량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350만6113필지)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래량이 줄었지만, 서울시내 준공업지역의 땅값은 다른 용도지역에 비해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준공업지역의 지가는 0.49% 오르며 전체지역의 상승률(0.44%)을 뛰어넘었다. 올해의 경우 3~4월을 제외하고 준공업지역의 지가변동률이 전체지역보다 더 높았고, 지난해에도 7~11월을 빼고 준공업지역이 더 높았다. 2016년의 경우 12개월 모두 전체지역의 지가변동률이 더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서울시내 개발가능한 땅이 줄어들었고, 정부가 작년부터 준공업지역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매물이 잠긴 것이 이유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작년에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5·6대책) 추진 방침을 내놨고, 올해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소규모 재개발(2·4대책)을 통해 준공업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한 바 있다. 서울시 전체면적의 3.3%인 준공업지역의 유휴부지를 산업과 주거환경이 결합된 거점산업시설로 재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준공업지대는 덩어리가 크고 평지인 경우가 많아 서울시내에서 개발이 가능한 얼마 남지 않은 택지”라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에서도 이 지역을 다양한 용도로 복합개발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에는 준공업지역에도 단순 공장이 아닌 업무와 생산, 주거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오는 등 개발 방식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개발가능성이 높다보니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땅값이 더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철공소가 모여있는 문래동4가의 한 주민은 “문래동 4가는 개발하기 좋은 평지이고 대부분 단층짜리 건물로만 구성돼있어 사업성이 매우 좋은 지역”이라면서 “개발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언급했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주민도 “요즘은 과거와 달리 준공업지역을 개발하려는 민간 시행사들이 많다”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낙후됐다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준공업지역 개발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도시로서 기능하려면 공업기능을 맡는 부분도 보존돼야한다는 점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준공업지역은 겉으로는 낙후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인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이라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이런 인프라를 파괴하면 도시의 성장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