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와 공장 등이 몰려 있는 서울 문래동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들어 사업 속도가 붙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이어 최근에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재개발도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강남·광화문과 함께 서울의 3대 도심 중 하나로 꼽히는 영등포·여의도 일대가 환골탈태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조합설립 앞둔 문래동4가 재개발사업… “동의율 71% 달성”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문래동 4가 추진위원회가 최근 주민동의율 71%를 달성하며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지역은 철공소와 공장 등을 운영 또는 임대하고 있는 지주들이 많아 동의서 징구에 난항을 겪었던 곳이다. 최근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2019년 5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후 2년 4개월만에 조합설립 요건인 75%(토지등소유자 4분의3 이상 동의)에 근접했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예술촌에 입주한 예술가가 쇠로 만든 조형물을 설치했다.

신길철 문래동4가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올해 공공재개발·공공기획 민간재개발 등 정부와 서울시가 여러 정책을 쏟아내면서 새로운 사업방식의 혜택을 점검하느라 잠시 답보상태에 놓였었다”면서 “그러나 어느정도 사업 윤곽이 잡혔고, 기존 방식으로 추진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홍보를 다시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문래동 4가 23-6번지 일원(9만4087㎡)을 재개발하는 이 사업이 성사되면 1000가구 이상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아파트가 주로 건립돼있는 문래동 일대에서는 ‘재개발 대어’로 꼽힌다. 공장과 철공소가 많아 낙후된 이미지를 벗지 못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여의도와 목동 등 업무지구에 인접해있고 문래·신도림·도림천역 등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업계에서는 눈여겨 보는 지역이다.

재개발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소식에 이 일대의 주택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개발 얘기가 나오고 나서 매물이 확 줄었는데 한 1년정도 전부터는 매도하려는 사람이 아예 없다”면서 “매수문의는 종종 들어오는데 공급이 줄었으니 호가는 말할 것도 없이 올랐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도림로141길 인근 단독주택(도로 8m미만·대지면적 52.9㎡)은 올해 1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지면적과 도로길이가 같은 한 단독주택이 2018년 2월 2억64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배로 오른 것이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살았다고 밝힌 한 주민(50대)은 “문래동 4가는 낙후된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돼있지만 개발하기 좋은 평지이고 대부분 단층짜리 건물로만 구성돼있어 사업성이 매우 좋은 지역”이라면서 “공장이나 철공소 주인들은 반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개발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언급했다.

◇ 재건축·리모델링도 훈풍… “매수 희망자 많아 가격 급등”

이처럼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 데에는 최근 문래동 일대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다른 정비사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문래동 일대에도 재개발·재건축 훈풍이 분 것이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문래동 ‘노후3인방’으로 불리던 남성맨션과 진주맨션, 국화맨션이 선봉에 섰다. 1983~1984년에 준공된 이 세 단지는 각각 2017년 8월·12월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남성맨션과 진주맨션을 시작으로 사업이 시작됐지만, 두 단지 모두 소규모(남성 390가구, 진주 160가구)라는 점에서 사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3년간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의 모습

그러나 올해 진주맨션(5월)과 남성맨션(8월)이 잇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7부능선을 넘겼다. 분위기를 타면서 국화맨션도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설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얘기가 나오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면서 “매수 희망자는 많은데 집주인들이 워낙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놔 거래가 잘 되지는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리모델링 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문래동에서는 현대1차(264가구)·2차(390가구)·3차(166가구)·5차(282가구)·6차(270가구), 대원칸타빌(218가구), 두산위브(383가구) 등 소규모 7개 단지가 합쳐 2000가구 규모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문래동 주민들이 처음 관련 사업을 구상한 이후 한 달도 안돼 정식 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통합 리모델링 사업은 각 단지가 인허가 등 사업 절차는 별도로 진행하되 시공사 선정 과정에 동일한 건설사를 정해 브랜드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에서는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 1·2차가 지난 7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통합 리모델링에 시동을 걸었고, 동작구 사당동에서는 우성2단지(1079가구)·3단지(855가구), 극동(1550가구), 신동아4차(912가구) 등 4개 단지가 손을 잡고 5000가구 이상 매머드급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문래동은 강남·광화문과 함께 서울의 3도심 중 하나인 영등포·여의도에 위치해 핵심기능이 밀집한 곳”이라며 “입지가 좋은 만큼,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이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차 이 일대를 이끄는 한 축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