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개인창고, ‘셀프스토리지’ 서비스가 1인 가구의 주거공간 부족과 건물주의 공실 고민을 해소하는 틈새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 서울숲2호점의 보관 공간 모습. /세컨신드롬 제공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셀프스토리지 시설 수는 150여곳 정도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개인 창고가 점차 느는 추세다. 주로 보관 공간 크기에 따라 일정한 월 이용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돼 커가는 단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제반여건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셀프스토리지 산업이 이미 8000억원이 넘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19개 지점을 보유한 ‘미니창고 다락’의 운영사 세컨신드롬은 카카오벤처스와 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30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은 1인당 주거면적이 26.6㎡(8평)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좁은 도시다. 옷가지나 책을 비롯해 캠핑·낚시·서핑 등의 취미용품까지 짐은 자꾸 늘어가는데, 매매와 전·월세를 가리지 않고 급등한 탓에 이사를 가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7.89% 상승했고, 같은 기간 연립주택 전셋값도 11.49% 올랐다.

셀프스토리지 서비스는 입지부터가 이러한 주거공간 부족 문제를 가장 심하게 겪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다. 강남·용산·공덕 등의 중심 상권이나 배후 주거시설이 풍부한 장소에서 이러한 ‘개인 창고’를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인근에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직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세컨신드롬 관계자는 “’미니창고 다락’은 고객의 절반 가량인 46%가 1인 가구이다”라면서 “이어 2인 가구 19%, 4인 가구 18%, 3인 가구 15% 등 순이다”라고 밝혔다.

'미니창고 다락' 강동캐슬점의 내부 전경. /세컨신드롬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실 부담이 깊어져가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셀프스토리지 업체는 고마운 임차인이다. 대표적인 침체 업종인 헬스장이나 유흥업소 등이 주로 입점했던 지하 층을 임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창고업 특성상 임차 기간이 무척 길기에 한번 들어오면 주기적으로 임차인을 찾아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는 “임대료 수입이 안정적이고, 갑자기 공간을 늘리기 어려운 지상층의 입주사와도 상호 이점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물주가 많다”면서 “무인 운영으로 기술적 장벽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아예 본인 소유 건물에 셀프스토리지 프랜차이즈를 창업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외국계 셀프스토리지 업체의 경우 빌딩을 매입해 서비스를 영위하다 가격이 오르면 파는, 부동산 투자 개념으로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면서 “반대로 말하면 건물의 가치 상승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건물주 입장에선 장기간 공실 상태인 골칫덩이 지하를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효자’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이라면서 “늘어나는 소비생활을 감당한 공간이 부족한 1~2인 가구의 수요가 이러한 공급과 맞아 떨어지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