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공공기획 재건축 1호 사업이 당사자인 오금현대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로 일단 멈췄다. 주민들은 임대비율이 다른 단지보다 높고, 진행 과정에 주민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송파구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에 대한 공공기획 재건축 정비계획안은 상정되지 않게 됐다. 도계위를 앞두고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정비계획안에 대해 진행된 주민 공람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크게 표출되면서 안건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 전경/네이버 거리뷰

이 안이 도계위를 통과한다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기획이 재건축 사업에 적용된 첫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구역 지정 절차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통상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이 걸리던 것을 2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오금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1316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지난 2016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이후 2018년 3월 처음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수 차례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2019년에는 정비구역지정 보류 통보를 받았고, 작년 3월에도 정비구역 지정 및 계획이 보류되면서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공람안에 따르면 오금현대아파트는 최고 높이 37층, 2625가구로 다시 계획됐다. 전체구역 11만여 ㎡ 중 약 10%(1만3264㎡)가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됐고, 구역 내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모두 법에서 정한 용적률 최대치(3종 일반 300%, 준주거 500%)가 적용됐다. 대신 임대비율은 지난 2018년에 계획했던 14.4%에 비해 약 6% 높은 20.6%로 책정됐다. 번번히 재건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오금현대아파트가 재건축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들의 관심도 커졌다.

종상향까지 예정된 계획안이었지만, 의견 공람이 시작되자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찬반투표도 없이 사업이 진행된데다 관련 내용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주민이 많았던 것이다. 송파구청은 재건축 준비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지만, 계획안 공람일이 6일에 불과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컸다.

사업 내용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주민들은 임대비율이 인근 단지(14~15%)에 비해 약 6% 높은 20.6%로 정해진 것에 반발하고 있다. 또 기존 단지는 40평 이상의 큰 평수로만 구성돼 있는데, 재건축 계획안에는 기존에 없던 46~84㎡ 가구가 대폭 늘면서 40평 이상의 평면이 오히려 342가구 줄어든 점도 반발을 샀다.

이재필 오금현대아파트 비대위원장은 “현재 입안된 공공기획 재건축안을 결사 반대한다”면서 “공람기간을 대폭 늘리고 이 기간 중에 이 안을 입안한 분들이 오셔서 주민들에게 충분히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협의를 이끈 재건축 준비위원회 임원진의 파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안권자인 구청에서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점을 감안해 시측과 협의 끝에 도계위에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고, 6일에 불과했던 공람기간을 2~3개월로 늘려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계획안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한 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안을 심의위원회에 올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의견 수렴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공기획 1호’로 관심을 모았던 오금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시작 시점이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 관계자는 “사실 도계위 심의가 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계획안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이번에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면 언제 다시 안건에 오를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절차가 늦어지더라도 주민 입장을 더욱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하고 기부채납도 많이 했지만, 임대주택 비율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금현대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이해가 된다”면서 “공공기획의 취지 자체가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정비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인 만큼, 전체 가구 수를 줄이더라도 평수를 늘리고 임대주택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