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7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인데,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용승인(준공)이 늦어질 수 있어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7월부터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사용검사 전에 샘플(2%)을 골라 바닥충격음을 측정하고 이를 지자체가 점검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확인 결과 경량·중량 충격음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도록 권고하고,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사용검사권자가 저감재 추가 설치 등 보완조치를 지시할 수 있다.

층간소음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安 LAB' 조감도. /삼성물산

현재는 ‘사전 인증 방식’을 통해 아파트 건축에 사용될 완충재가 소음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만 받으면 된다. 정해진 규모의 실험실에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인증을 받을 바닥을 시공해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가벼운 물체가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경량충격음은 최소 58데시벨(dB), 아이들이 달리는 소리와 유사한 중량충격음은 50dB 이하가 돼야 한다.

시공 전에 평가가 진행되는 이 측정 방식은 대규모 건물이 다 지어진 상황에서 실제 발생하는 소리와 진동, 울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감사원 조사 결과 사전인정등급 대비 사후 성능이 하락한 사례는 96%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층간소음 측정 시점을 완공 이후로 늦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최소 경량·중량충격음 기준도 실생활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사용 승인일도 늦출 수 있는 고강도 규제가 도입되는 만큼, 대형건설사들은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 저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보강조치를 해야 할 텐데 이 과정에 입주일이 늦춰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건물 보강 비용에 더해 입주 지체보상금도 지급해야 해서 건설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기존 아파트는 바닥을 시공할 때 ▲내력강화 콘크리트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등 3중 구조를 사용한다. 대우건설은 각 층의 두께를 늘려 중량충격음을 저감했다. 두께를 늘리기 위해 자체 개발한 건식 패드를 적용했다.

DL이앤씨는 생활소음을 저감 기술인 ‘디 사일런트 패키지(D-Silent Package)’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은 ▲바닥완충용 다중 레이어 필터형 바닥구조 ▲층간소음 발생 알리미 ▲주방 환기장비 소음 저감 렌지후드 ▲저소음 고효율 욕실팬 등으로 구성된다. 이 기술 중 일부는 북가좌6구역 재건축사업 제안에도 반영됐다.

삼성물산은 용인시 기흥구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을 착공했다. 삼성물산은 총 100억원을 투자해 기술 개발은 물론 성능 검증을 위한 실증주택 10가구, 측정실, 체험실 등을 지을 예정이다. 내년 4월 문을 여는 이 시설은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

롯데건설도 서울시립대·신호산업과 함께 공동주택 층간 소음을 감소시키는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을 개발했다. 바닥에 직접 고정되는 부재의 설치를 최소화해 상부 세대로 진동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현대건설도 지난 6월 고성능 바닥구조시스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I’ 개발을 완료하고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서도 받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으로 층간소음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까지 이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범 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대기업은 자체연구소라도 있지만 중견·중소·영세업체는 기술 개발이 어려워 새로운 기준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사후 확인제를 대기업 위주로 도입해서 바닥구조가 현격하게 개선되는 성과가 있다면, 시차를 두고 전체 공동주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