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빌라(연립·다세대주택)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대체재’로 빌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서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 연합뉴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99.6으로 전월보다 1.4포인트(P) 상승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에서는 대구가 103.7로 가장 높았다. 대전(103.2)과 전남(102.4), 세종(100.5)도 기준점 100을 넘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뜻이다.

6월 수도권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전월(103.7)보다 1.6P 오른 105.3로 집계됐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99.1로 수요보다 공급이 우위였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빌라에 전세수요가 특히 몰렸다. 지난 6월 서울의 빌라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전월(103.8)보다 2.8P 상승한 106.6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의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각각 104.0과 104.7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경기 0.4P, 인천 0.3P였다.

수요 우위 시장이 되다 보니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수도권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전월(101.8)보다 0.16% 상승한 102.0으로 집계됐다. 실거래가를 보면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급등세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M빌딩 전용 48.32㎡는 지난달 27일 2억835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3월 1억89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전세금이 50% 오른 셈이다. 개포동 동산빌라 전용 42.84㎡는 지난달 2일 3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전세 보증금은 지난 1월(1억7500만원)과 비교해 6개월 만에 71.4% 급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빌라로 번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중위가격은 6억2440만원으로 전달(6억1966만원)대비 0.76% 상승했다. 작년 10월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3월 6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연립주택으로 눈을 놀린 사람이 많아졌고 연립주택 전세금도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전세중위가격은 2억1169만원이었다. 작년 11월만해도 1억원대던 서울 연립주택 전세중위가격은 작년 12월 2억원을 넘더니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연초 0.67%에 불과했던 월간 상승률은 지난달 1.56%까지 높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별하게 인기 있을 이유가 없는 빌라가 전세 시장에서 인기인 것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밀려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라면서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아파트에 살던 사람은 빌라로, 빌라에서 살던 사람은 더 안 좋은 곳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