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통계 자료가 나왔다. 양적완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

하지만 이 통계 상에서 우리나라의 지난 1년 간 물가를 반영한 집값 지수는 4.3% 올랐다. 이를 두고 국내 주택 시장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정부 정책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 데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부동산 통계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9년 4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년 동안 실질주택가격지수가 4.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9.6%, 캐나다와 독일 8%, 프랑스 5.9%, 영국 5.3% 올랐다. 이 통계에서 비교 대상 24개국 중 23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올랐고, 하락한 곳은 칠레(-0.3%)가 유일했다.

이 통계 상에서는 우리나라 실질주택가격지수의 5년 상승률은 2.4%로 일본(8.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28.5%, 캐나다는 31.0% 올랐고 포르투갈과 헝가리는 각 45.7%, 45.3% 올랐다. 지난 1년 간 우리나라의 명목주택가격 상승률은 5.4%로, OECD 43개국 가운데 22위였다. 터키 29.9%, 러시아 23.3%, 미국 10.9%, 스웨덴 10.3%, 캐나다 8.8% 독일 8.1% 등은 더 상승률이 높았다.

OECD 국가별 실질주택가격지수. /국토연구원

국가별 임차가격지수의 1년 변동률을 보면 한국은 0.6%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은 2.5%, 독일 1.3%, 영국은 1.7% 올랐다.

하지만 통계가 정확한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별로 OECD에 제출하는 자료 상의 한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지수 산출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제출한다. 다른 일부 국가는 실거래 통계를, 또다른 일부 국가는 호가도 반영한 자료를 낸다. 나라마다 다른 기준으로 지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저금리 시중 유동성 확대를 집값 상승 주 원인으로 삼기보다는 제대로 반성해야 할 때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국내 주택 시장 불안을 키운 데는 정부의 실책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주택 공급 확충이 매우 중요한데도 현 정부가 앞서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은 민간 참여 없는 공공만능주의에 빠져 실패가 예견돼 있었다”면서 “임대차법 개정 시행 이후 임대료 상승 폭이 가팔라진 가운데 3기신도시 등 주택 공급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보니 공급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실수요자의 매수심리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규제와 정책 시행 이후 나타난 부작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해 반성해야만 하는 때”라면서 “시장 왜곡을 바로 잡고 주택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