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도 수도권 집값은 평균 4% 이상 오를 것으로 봅니다. 서울 사람은 경기도로, 경기도 사람은 인천으로 이동하며 가격 파도타기가 일어날 겁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27일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집값이 하반기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규 공급을 억누르고, 매물 잠김을 유발하는 규제를 손 보지 않는 한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조 연구원은 대우건설에서 부동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양 전략 수립을 세우는 일을 담당한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전문가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 집값이 하반기에 또 오를까

“수도권 집값은 하반기에도 무난한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다. 서울은 예년 수준인 3% 이상, 경기와 인천은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왜 서울보다 경기·인천인가

서울 집값과의 ‘키 맞추기’ 때문이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25평)~전용면적 114㎡(40평) 사이, 각 지역 상위 10% 아파트를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서울은 약 18억원, 경기는 약 8억원, 인천은 약 6억원이다.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서울 무주택자는 경기 상급지로, 경기 무주택자는 인천 상급지로 연쇄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수요 집중의 영향으로 경기와 인천의 집값은 상승폭을 넓혀가며 서울과의 차이를 좁힐 것이다.”

― 비수도권 지역은 어떻게 전망하나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방 광역시에서도 강하다. 신규 공급이 뜸했던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경우, 힐스테이트리버파크 실거래가가 전용면적 84㎡(30평대) 기준으로 6개월 만에 1억원이 올랐다. 비수도권에서도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 물론 공급 규모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최근 대우건설에서 대구 동구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했고, 남구에도 곧 공급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았던 동구 아파트는 미분양이 났지만, 그동안 공급이 뜸했던 남구는 근시일 안에 완판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급 규모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 인구는 감소하는데 집값은 왜 오르나

“우리나라에서 10년간 한번도 빠짐 없이 인구가 감소한 곳이 서울이다. 그러나 1㎢당 인구 밀도는 지난해 기준 1만5000명을 넘는다. 부산 인구(4300명대)의 3배가 넘는다. 서울 인구가 전쟁이나 기근 등의 이유로 현재의 절반 이상 줄어들지 않는 한, 인구 감소 추세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감소하는 속도보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속도가 더 빠른 영향도 있다. 사람은 일생에서 한번 태어나고, 한번 죽지만 이사는 여러 번 다닌다. 이미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초월했다. 수도권 몰림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 지난 1년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상승세는 계속될까

“경기·인천 집값이 서울 키를 맞추듯,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노·도·강’이 다른 상급 지역들과 차이를 좁혔던 것이다. 특히 노원구는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노원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아직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실거주를 안 해도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노원구는 학군도 괜찮고,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호재도 이어져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곳이다.”

― 하반기 서울에서 어느 지역을 눈 여겨 봐야하나

“학군, 역세권 등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 자체가 ‘입지 좋은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입주 20년을 넘은 아파트가 52%를 넘는 등 ‘주택 고령화’가 심각한데, 공급은 가뭄 상태다. 오는 2023년까지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은 과거 부동산 불황기에 공급이 하락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은평구 증산동과 수색동에서 7000가구, 강동구 고덕동·강일동, 동대문구 용두동, 송파구 거여동·마천동 등에 각 5000가구의 신규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다. ‘김포풍무푸르지오’ 아파트 한 단지는 5000가구인데, 한 지역에서 앞으로 2년간 예정된 아파트가 5000가구라는 건 신축 주택 공급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신축 아파트가 희소성을 띄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을 이끌 수밖에 없다.”

―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키운 최악의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분양가 상한제'다. 과거 광진구의 한 아파트가 분양가를 평당 3500만원으로 책정하자, 대거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지 않으니, 시장에서 자정작용이 이뤄진 거다. 그러나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부터 시장의 자정작용이 불가능해졌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도시정비 조합 등 신규 아파트 공급에 욕심이 많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내세워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새 아파트를 지을 유인이 줄어들었다.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 이후 민간의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새 아파트가 희소해지면서 ‘로또 분양’이란 부작용까지 생겼다.”

―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하반기에 나와야 할 정책이 있다면

“분양가 상한제를 손 봐야 한다. 지난 2월에 HUG는 분양가 상한제를 손 보면서 분양가를 심사할 때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반영해 상한으로 두도록 했다. 일종의 분양가 ‘한계선’을 정한 것인데, 이 제도가 간과한 점이 있다. A건설사가 B지역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A건설사는 적정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산정했는데, B지역은 최근 신축 아파트가 없고 주변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평당 1300만원이다. 즉, 평당 분양가가 1300만원의 90%인 1170만원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건설사가 신규 분양을 하려고 할까. 올해 상반기 서울과 경기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4만5000호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분양가 상한제만 없어도 민간에서 남는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몰려들 것이다. 즉, 규제를 풀기만 해도 신규 공급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 이것만 가지고 주택 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나

“양도세 규제도 수정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가 이뤄지면서 양도세 신고 건이 급격히 줄었다. 올해는 양도세 신고 건은 2019년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 방지를 위해 양도세율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기존 주택 공급 물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 공급이 중요한 때 아닌가.”

― 하반기 무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허망하게 들릴 수 있지만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공’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3기 신도시의 입지 자체는 좋다. 사전 청약 당첨 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의무 거주기간 요건을 채워야 하는 만큼, 이사 계획을 유의해서 세워야 한다. 3기 신도시 이외 지역 청약으로는, 교통망 호재가 있는 곳을 고려하면 좋다. 운정 신도시는 광역급행철도(GTX), 동탄 신도시는 고속도로 지하화, 경기 오산은 분당선 연장 호재가 있다. 이들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 1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상향 이동을 하려면,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65~75% 대인 곳을 노리면 좋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 지역에 실거주하기 좋다는 의미다.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실거주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1기 신도시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노후 단지들이 많다. 이 부분을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