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대 계약했는데 렌트프리(월세를 일정 기간 무료로 면제해주는 계약조건)가 0.5개월(14일)밖에 안 됩니다. 몇년 전만 해도 1년에 2~3개월씩은 렌트프리가 나왔는데, 요즘은 강남권역에서 렌트프리 해준다는 오피스 임대 조건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국내 A기업은 여의도권역(YBD)에서 강남권역(GBD)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며 2년 계약에 렌트프리 총 0.5개월(14일)을 적용받아 계약을 마쳤다. 렌트 프리를 더 받아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인테리어 일정을 빠듯하게 진행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권역 업무지구 전경. /고성민 기자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역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이 임대인 우위로 급속도로 변하며 렌트프리가 사라지는 추세다. 신규 계약을 하면서 임차인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테넌트 임프루브먼트(Tenant Improvement·TI)’도 강남권역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5년여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016년만 해도 강남 대형 오피스 빌딩들은 각종 렌트프리를 제공하며 우량 임차인 유치와 공실 해소를 위해 공을 들였다. 통상 1년에 2~3개월, 많게는 6개월까지 렌트프리가 제공됐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판교에 대형 오피스가 준공되며 수요가 분산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임차 활황으로 판교를 가득 채운 임차 수요가 강남으로 다시 돌아오며 공급 부족에 시장이 임대 우위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연 면적 23만9252㎡에 달하는 ‘역삼 센터필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1분기에 강남권역 공실률은 역삼 센터필드 준공 여파로 오르는 듯 했지만, 2분기에 곧바로 공실률을 크게 낮췄다. JLL(존스랑라살)에 따르면 센터필드 준공으로 1분기 강남권역 공실률은 12.8%로 급등했으나, 2분기엔 8.6%로 한분기 만에 4.2%포인트 감소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강남 오피스 활황’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센터필드에 크래프톤(2만7000㎡)과 신세계프라퍼티(7500㎡)가 입주했고, 글로벌 IT기업인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계약을 완료하고 입주 예정이다. 또 1분기 두산중공업의 퇴거로 공실이 발생한 교보 강남타워도 2분기에 당근마켓(9600㎡)과 에이블리(3200㎡)가 입주하며 곧바로 공실을 다수 해소했다. 교보강남타워에는 불가리코리아(2400㎡), 핀테크 기업 더즌(1500㎡) 등 임차인들이 입주 예정이라 두산중공업 이전으로 발생한 신규공실(3만2400㎡)은 조만간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장현주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 리서치팀 부장은 “강남권역은 임차인 위주 시장 상황에서 임대인 위주 시장 상황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테크 기업 임차인의 강남 선호가 지속되며, 임대인은 렌트프리나 기타 임차인 혜택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강남권역 임차인의 경우, 장기 재계약을 통해 임차인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역에선 오는 2023년까지 신규 대형 오피스 공급이 없어 임대인 우위 시장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혜원 JLL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강력한 임차 수요와 인접한 판교의 수요 과잉에 힘입어 강남권역 공실률은 내년 말엔 센터필드 공급 전인 5%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강남은 센터필드가 준공됐으나 공실이 매우 빠르게 채워지고 있고 2023년까지 신규 공급이 없어 임대인 우호적인 시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