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집값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3.18% 올랐다. 작년 연간 상승률(3.01%)을 반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전셋값도 같이 올랐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46%였다. 작년 상반기 상승률(0.92%)과 비교하면 2.5배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잘 찾아보면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집값이나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한 과천이나 분당, 세종, 대구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준공을 받은 ‘과천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대우건설 제공

◇ 주택 공급 쏟아진 과천은 집값도 전셋값도 조용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과천시의 전셋값은 1.70% 하락했다. 임대차 3법 통과 여파로 지난해 전국적으로 가을 전세난이 심해졌다지만, 지난해 전셋값 하락률은 7.34%였다. 2017년 이후로 5년 연속 전셋값이 하락했다.

이는 과천에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진 영향이다. ‘본도심’으로 불리는 과천시 중앙동 일대에 줄이어 신축 아파트가 공급됐다. 작년 4월부터 1571가구 규모의 과천푸르지오써밋(옛 주공 1단지) 입주가 시작됐고, 12월에 1317가구 규모의 부림동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옛 주공 7단지)이 입주를 완료했다. 올 1월엔 2128가구의 ‘과천 위버필드’가 입주했고 11월엔 2099가구 규모의 ‘과천 자이’가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체 가구 수만 7115가구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입주 물량을 계산하면 공급 주택 수는 더 많다. 12개 단지에서 8422가구가 공급된다. 이미 3개 단지의 분양은 지난해 완료됐다. 과천 I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푸르지오써밋 같은 경우 입주시기에 코로나19 초기 확산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전세금이 6억8000만원까지 하락했다”면서 “이후로도 줄이어 입주단지가 있어서 8억50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택 공급이 많아 전셋값이 일정 이상 오르지 못하니 집값 상승세도 더디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를 고급스럽게 만들어놨는데 집값 상승세가 왜 다른 곳보다 못하냐는 집주인들의 성화가 빗발치지만 전셋값이 낮으니 어쩔 수 없다”면서 “15억원 초과인 집에 대해선 대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전세값이 높아야 갭투자가 늘어나는데 전셋값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하남시 전셋값도 상승세를 멈춘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5700여 가구의 입주가 진행된 여파다. 성남시 수정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4089가구의 입주가 진행되면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도 7월부터 전셋값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5~6월에만 대장지구에서 3000가구가 넘게 공급된 탓이다.

분당 이매동의 한 세입자는 “언론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고들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전셋집은 많이 나와있는 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면서 “물론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구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청약 뜨거운데 대구 아파트는 경쟁률 미달

집값이 최근 몇년새 급등하면서 청약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대구 청약 경쟁률은 예전만 못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14일에 1순위 청약을 받은 수성구 수성동1가 ‘더샵수성오클레어’의 전용면적 50㎡ 주택에 53명이 지원했다. 공급가구 수가 70가구였으니 17가구가 미달된 셈이다. 평균 경쟁률도 1.8대 1에 불과했다.

이 뿐 아니라 미분양 주택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1185가구로 전달보다 32.1%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0가구다.

이는 대구에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3만4484가구다. 2018년(2만4667가구)이나 2019년(2만9103가구)에도 적지 않은 주택이 분양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급 주택이 늘어나면 실수요자들이 조건이 좋은 주택과 아닌 주택을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를 하게 된다”면서 “대구도 워낙 공급이 많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집값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요만 억제하는 정책으로는 불 붙은 주택 가격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택 공급을 늘리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완화로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해서 공급 확대 효과가 나오게 해야 한다”면서 “짧게 보면 집값이 오르는 것 같아도 그래야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