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오피스텔마저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 달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이 100%를 뛰어넘으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참여자들이 당초 매겨진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오피스텔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2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경매에 붙여져 낙찰된 서울 오피스텔(주거용) 10건의 평균 매각가율은 101.46%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임차인의 전입신고와 사업자 등록 여부 등을 확인해 주거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되는 오피스텔을 분류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 단지 모습. /조선DB

매각가율(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높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매각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 물건에 대한 투자 또는 소유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의 월별 매각가율이 100%를 넘긴 건 지난 2010년 6월(103.84%)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의 매각가율은 예년에 비해 크게 올랐다. ▲1월 낙찰가율은 100.26%, ▲2월 87.41%, ▲3월 81.83%, ▲4월 84.1% ▲5월 90.42%, ▲6월 101.46%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의 월별 평균 낙찰가율은 최저 74.85%~최고 94.65% 수준이었고, 2019년 최저치는 70.8%, 최고치는 95.11%였다.

낙찰 사례를 보면, 감정가가 2억9400만원이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소재 태솔에버빌 오피스텔 전용면적 72㎡(4층)는 지난달 3억1755만5000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108%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골든텔 전용 78㎡(4층)는 2억3000여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이 111%다. 무려 21명이 응찰한 영등포구 양평동2가 신동아하이팰리스 오피스텔 전용 72㎡(5층)는 매각가율이 130%에 달했다. 감정가가 4억200만원이었는데, 낙찰가는 5억2259만9999원이었다.

이달 새 주인을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첸시아 오피스텔 전용면적 51㎡(3층) 경매 물건은 지난 6일 감정가(5억34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비싼 7억8999만9000원에 낙찰돼 매각가율이 148%에 달했다. 응찰자는 13명이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감안해 업무용 오피스텔 매각가율도 함께 따져보면, 경매로 나온 서울 업무용 오피스텔의 매각가율도 올해 들어 지난 4월 90%대로 진입한 뒤 지난 달 99.8%까지 오르는 등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오피스텔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꺾일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 경매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이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아파트 등 주택가격 상승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거 불안 우려가 커진 세입자와 투자처를 찾는 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경매시장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와 실거주 목적으로 주거 대체 수단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 경매에까지 눈을 돌린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경매로 나온 오피스텔 가격이 시세보다는 저평가 돼있다는 시각이 작용하면서 경매 참여자가 늘고 이에 따라 매각가율도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열기는 가격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오피스텔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작년 2~3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반등한 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37% 올랐다. 특히 면적이 클수록 상승폭은 컸다.

올 2분기 전국 전용면적 85㎡ 초과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2.15% 올라 면적별로 봤을 때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주거용·중대형 오피스텔 매수세가 오피스텔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오피스텔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진단과 함께 투자 경고음도 내놓고 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서울 주택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 경매 열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오피스텔 공급 상황 등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과열 우려도 있다”고 했다. 고준석 교수도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등 투자 가치가 낮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