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물이 시장에 대거 나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섞인 관측은 얼마나 맞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 주택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만에 늘긴 했으나 실거래가를 살펴보니 정부가 기대한 다주택자 발 급매물에 따른 가격 하락 조정 효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1일 본지가 빅밸류에 의뢰해 지난 5월 서울 25개구의 아파트 매매가를 분석한 결과, 전월보다 싼 가격에 거래된 비중은 평균 20.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전월 대비 싼 값에 거래한 비중은 ▲2월 21.59% ▲3월 23.54%, ▲4월 23.79%로 점차 높아지다가 5월 들어 20.29%로 오히려 낮아졌다. 전체 매매의 80% 가량은 실거래가가 전월 거래가보다 같거나 높았다는 의미다. 6월 거래 중 지난달 말까지 신고된 매매 거래 를 살펴보면 이 비중은 19.21%로 더 낮게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는 4716건으로 전월 대비 29.6% 늘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5770건 이후 2월 3861건, 3월 3780건, 4월 3638건으로 매매 거래량은 감소세였다. 보유세 기산일이자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6월 1일 직전에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막판 매도세가 다소 있었던 것은 맞지만,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른 값에 산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서울시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조선DB

5월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노원구(510건)였다. 손바뀜이 가장 많았던 노원구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를 보면 종전 실거래 가격보다 낮은 값에 거래된 비중은 31.24%로 서울 전체 평균치(20.29%)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 거래도 속출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전용면적 73㎡형이 5월 8억7300만원에 거래되며 동일 면적형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4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된 사례였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전용 38㎡형도 5월에 5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했는데 6월 초에는 5억67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월계동 ‘월계주공1단지' 전용 84㎡형도 지난 5월 7억78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다시 7억8500만원에 매매되면서 역대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은빛2단지' 전용 59㎡형도 지난 5월 역대 최고가격인 6억원에 거래됐다. 이전 동일면적 최고가는 지난 1월 5억9500만원에 거래된 물건이었다. 노원구 하계동 ‘하계극동건영벽산' 전용 70㎡형도 직전 최고가(3월 8억200만원)보다 높은 8억5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통계를 봐도 5월 서울 집값은 크게 오른 편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보다 0.98% 올랐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0.48%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통계 상으로는 5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01%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가격을 내린 절세용 급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은 이유로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지난 해 이미 주택 자산 정리를 마친 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버티기'에 들어간 것을 꼽고 있다. 정부가 2019년 10년 이상 장기보유주택에 한해 작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줬고, 이 기간 매도와 증여 등으로 보유 주택을 처분할 사람은 일찍이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더욱 무거워지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는 주택 시장 불안을 부추긴 실책”이라면서 “양도세 중과가 시중에 매물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물 잠김의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그는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부작용까지 생긴 만큼 세금 정책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 오름세 속 양도세 부담이 커지자 다주택자 상당수가 매도 대신 증여 등 우회로를 택했다”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매물 잠김이 심화하면서 하반기 매매 및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