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공유오피스 사업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체제 도입과 기업 문화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 시장으로 손을 뻗고 있다. 공유오피스가 성장세에 접어들 지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과 공유오피스가 손을 맞잡고 분산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확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스파크플러스 강남점 라운지.

SK텔레콤(SKT)은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에 투자를 진행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SKT는 최근 스파크플러스의 기존 최대주주인 아주호텔앤리조트와 기타 주주로부터 구주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통해 스파크플러스에 2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섰고 다음달 완료될 예정이다. 스파크플러스는 2019년 말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 유치금 약 6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지난 2016년 스타트업 스파크랩(SparkLabs)과 아주호텔앤리조트의 합작으로 출범한 한국형 공유오피스 기업이다. 강남·역삼·성수·시청 등 서울 주요 지역에 1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오는 6월 18번째 지점인 홍대점의 문을 열 계획이다.

SKT가 스파크플러스를 투자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SK의 공유오피스 사업 진출’과 ‘SK그룹사의 업무 체제 환경 변화 가속화’ 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스파크플러스 측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SKT는 장소에 구애받지않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소위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표방하면서 서울 을지로, 종로, 서대문과 경기 분당, 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거점오피스는 직원들이 본사 건물이 아닌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이번 스파크플러스 투자까지 이뤄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SK그룹사 전반에 이런 분산 오피스 체제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도 올해 공유오피스 기업인 알리콘과 협력 관계를 맺고 분산 오피스 사업에 진출했다. KT에스테이트는 알리콘과 지난 2월말 제휴 협정 및 투자계약을 체결해, 지난달 말 집무실 고양시 일산점을 개소했다. KT에스테이트가 관리하는 KT고양타워 내 첫 사업장이다.

알리콘과 KT에스테이트는 원격근무 장소가 필요한 베드타운에 다수의 공동 사업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KT는 지난 2010년 ‘올레 서비스드 오피스’라는 공유오피스를 개점하면서 공유오피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영난으로 2013년에 폐점한 바 있다. 공유오피스 시장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SKT와 KT뿐만 아니라 롯데호텔·롯데쇼핑, 한화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등도 거점 오피스를 도입했다. 주요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기업들의 ‘분산 오피스’ 트렌드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기업 제도와 업무 환경을 선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 등의 업무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 깔린 것이다.

디벨로퍼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IT업종에서만 주로 있던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 코로나19 이후 타 업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이 시스템이 축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에서 거점 오피스, 분산 오피스 체제 구축이 이어진다면 오피스 시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직주근접의 개념이 흐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유오피스기업 위워크코리아의 전정주 대표도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직원들을 분산 배치하려는 수요가 더 생겼다”면서 “이런 시장의 요구를 파악해 기업이 직원들의 이용 공간을 분산할 수 있는 ‘올 액세스 서비스’를 올해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업계가 공유오피스를 사업 확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T와 KT 등이 임대업(공유오피스사업)을 하겠다는 목적보다는 기업 대상(B2B)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통신분야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공유오피스 사업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 입주 기업 및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한 IT, 통신 관련 서비스 비즈니스 등을 개발, 확대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국내 통신사들의 전략과 돌파구를 찾으려는 공유 오피스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투자와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분산 오피스 바람’이 일시적 현상일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업종별로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나 분산 오피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것”이라면서 “업무 효율성에 큰 문제가 없는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분산오피스 환경을 체제화할 가능성이 있으나 코로나 종식 후 비대면 시스템을 종료하려는 업종도 상당히 있어 업계 동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유오피스 시장이 부동산 시장에서 비중이 작은 틈새시장인데다 임대료와 관리비에 따른 재무부담 등의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사업이 고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