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은 어디까지 완화될 수 있을까. 4·7 보궐선거 이후 민심 이반에 놀란 청와대와 여당이 무주택 실수요자나 청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해법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년 실수요자에겐 LTV를 90%까지 허용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손질한 터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안으로는 청년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살 경우 현재 LTV 허용수준에서 10%포인트 정도 높여주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0%p 가산되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가 40%에서 50%로,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60%로 오르게 된다.

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삼성동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20일 부동산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행 규제지역의 LTV 한도(현행 40~50%)를 청년 무주택자들에게는 10%포인트 상향해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에 무게가 실린 것은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LTV를 50%로 높이고, 늘어난 10%포인트에 대해선 초장기 모기지론을 적용해 DSR 규제를 회피하게 하는 것이 가장 무리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앞서 정치권에서 논의가 나온 LTV 90%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TV를 비규제지역의 한도인 70%까지 늘리고 20%는 초장기 모기지론을 도입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DSR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LTV를 90%까지 늘리는 구상에 대해 금융당국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SR을 40%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TV를 90%로 늘릴 경우 최근 손질한 DSR 규제에 대한 예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도 주택담보대출 비율만 높이고 DSR을 그대로 두면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라도 서울 중위값 주택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정책이 된다. 대기업 초봉(3347만원)을 받는 맞벌이 부부(연 소득 6694만원)가 서울 중위값 주택 8억7687만원(한국부동산원) 주택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LTV 규제를 70%로 상향하면 6억1000만원이, 90%까지 풀면 7억8918만원까지 대출 최고액이 올라간다. 하지만 만기 30년, 금리 2.7% 적용했을 때 DSR 규제에 따른 실제 대출 가능액은 5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규제지역에 한해서만 LTV를 90%까지 높이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는 비규제지역의 집값 마저 올리려고 하는 것이냐는 지적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20일 기준으로 비규제지역은 서울에는 없고 경기도에서도 시흥·화성·오산 등 뿐이다. 비규제지역 대출을 푸는 것이 서울이나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곳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청년층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비규제지역은 지금도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웬만한 지역은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지금까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있다면 그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테면 서울이나 경기권에 직장이 있는 청년이 강원도 삼척에 가서 집을 살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 밖에도 주택 가격 6억원 미만에 한해서만 LTV를 높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역시 큰 반향을 얻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서울 중위권 가격이 9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현행 보금자리론과 성격이 비슷해진다는 점에서도 한계점이다.

보금자리론은 서민 대상 정책 모기지의 대표 상품이다. 현재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 원)면 6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해 최대 3억원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2.5~2.85%다. 만기 10년부터 15·20·30년 상품이 있고 오는 7월부터는 만기 40년 상품이 추가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제로 다른 것을 건드리지 말고 보금자리론 규제를 완화해 9억원짜리 집을 살 때에도 70%(6억3000만원)까지 허용해주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만기 40년짜리 상품까지 도입하면 DSR 규제를 건드리지 않고도 연 8500만원 소득의 신혼부부가 9억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6억3000만원을 대출 받는 것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LTV를 완화해주는 것의 목적이 집값 안정화에 있는지,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데 있는지 정책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 완화가 앞으론 대출이 끊겨 집을 사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효과는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거래가 자유롭도록 규제를 풀어야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것만 바뀌어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금자리론 때문에 서울 6억원 이하가 발빠르게 소진되고 대출 규제가 9억원으로 그어지면서 그 이하 가격대 주택이 9억원 선으로 키맞추기를 했던 과거를 봤을 때, 서민용 중저가 주택의 가격만 올려주는 것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면서 “정책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