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60년대생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용퇴론에 가세했지만, 26일 민주당 내에서는 호응의 목소리는 커녕 불협화음만 나오고 있다.

오히려 용퇴론을 처음 꺼낸 86세대 출신 한 의원은 용퇴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물이 아닌) 제도의 용퇴”라고 답해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안그래도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던 송 대표의 ‘86세대’ 용퇴론이 힘을 잃는 모양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86세대 용퇴론을 처음 제기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도 86 아니냐. 용퇴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특정인의) 용퇴가 핵심이 아니고, 이 제도를 용퇴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이) 물러나든 아니든, ‘86 정치’가 용퇴하는 게 의미가 있다”면서 “개인적인 역량 또는 개인적 입지가 오해받고 불신받는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는 86세대 용퇴론의 시발점이 된 김 의원 본인의 최근 발언을 사실상 뒤집는 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586 용퇴론이 나온다”면서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 정치를 계속하려면 이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의 대표적 ‘86세대’ 정치인인 송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86세대 용퇴론에 힘을 실었다. 우상호 의원도 오는 2024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송 대표와 우 의원을 제외한 86세대 정치인 대부분이 말을 아꼈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답보의 핵심 원인이 86세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저녁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뜬금없다”면서 “‘586세대 용퇴론’이 왜 나오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의 위기는 (이재명) 후보 자신의 위기인데 해법이 엇나갔다”고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가까운 김남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새롭게 총선 불출마 선언한 86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면서 “잘 안 보인다. 비밀리에 이야기하고 계신 것 같아서, 아직은 누가 이렇게 확실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한다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종민 의원의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호응이 크지 않던 ‘86 용퇴론’에,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에 당내에선 공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은평구청장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또다른 86세대 정치인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걸 요설(妖說)이라고 한다”면서 “차라리 말을 말던지,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의 정치는 배반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2030청년들의 저항은 행동하지 않는 말의 정치에 대한 퇴장명령”이라며 “공정한 기회, 과정의 공평, 정의로운 결과, 그 화려한 맹세들을 저항이 세다고 비용이 든다고 부작용이 크다고 미루고 회피하며 다다른 곳이 이 위선의 골짜기”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86 용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정인의 정치 은퇴는 제가 감히 직접 요구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국민 의견과 당원 의견을 모아가며 내부 논의를 통해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