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대표로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그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는가, 어떤 이유에서건 당 대표가 자당 후보와 선대위를 공개 비판하는 일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23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회 朝經인사이트포럼 - 태블릿 부활과 콘텐츠 산업 빅뱅'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조선DB

야권 원로인 김 전 의장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윤석열 (대선 후보) 입당 전엔 당에 들어와야 보호한다더니 정작 입당 후 후보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라면서 이같이 적었다.

그는 “연말 (이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만남은 빈손이었고, 연초 현충원에서 윤 후보와의 인사는 썰렁했다”며 “정권을 찾아오겠다는 제1야당 후보, 선대위원장, 당 대표의 모습이며, 당의 현주소”라고 했다.

이어 “당 대표의 일탈 행위는 그를 아끼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짜증나게 하고 있다”며 “이준석은 자기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참지 못한다. 그때마다 ‘이준석 변수’가 어떻게 돌출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당내 불협화음 때문이고, 귀책 사유가 대표인 이준석에게 있다고 한다면 본인은 서운하겠지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당을 추스르고 화합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활기차게 움직여야 할 책임이 당 대표에게 있는데 그 책임마저 후보에게 떠넘긴다”며 “당을 잘 모르는 후보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며 신지예 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소식을 접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전 의장은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대표의 문제 제기 방식이나 행동엔 동의할 수 없다”며 “후보와 담판을 하거나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쳤다면 대표로서 리더십도 살렸을 텐데 당과 후보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준석은 ‘싸움꾼’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게 해소되면 다른 문제로 또 삐지지 않겠나. 리더의 요건인 설득‧포용의 모습은 날아가 버렸다”며 “한 표가 아쉬운 선거에서 아군끼리 내편 네편 편 가름이나 해대니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가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이준석이 당 대표로 뽑혔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반겼다”면서 “그의 당선으로 꼰대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당을 개혁하고 젊은이와 함께 호흡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할 거라고 (기대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대표직을 가진 채 잠적·잠행하고 돌출행동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행태를 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다”면서 “ 기성 정치인 뺨치는 수법이다. 젊은 꼰대가 따로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이준석의 행동에 대해 또래의 몇몇 젊은이에게 틈나는 대로 물어봤더니 고개를 저으며 ‘철이 없다’는 어른스런 대답”이라며 “이준석 체제에서 가장 잘 하리라 생각했던 20-30 세대의 지지율이 미흡한 것은 후보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심기일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