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권 선진대국.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선으로 이끌었던 유명한 ‘747 공약’이다. 이처럼 숫자를 목표로 제시하는 공약을 15년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꺼내 들었다. ‘코스피지수 5000, 국민소득 5만달러, 종합국력 세계 5위(G5)’라는 ‘555 공약’으로 요약된다. 다만 ‘555 공약’을 선대위 차원에서 공식화한 적은 없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과 자신의 공약을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2007년 12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 객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가 돼 국민이 화합하고 지도자를 신뢰한다면 내년에는 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다면 임기 내에 5000포인트까지 오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조선DB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공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겠다”며 “종합 국력 세계 5위(G5)를 목표로 국민소득 5만달러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국내 주식시장 개장 첫날인 전날(3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유튜브 ‘삼프로TV’에서 ‘코스피지수 5000이라는 목표에 대해 “임기 내라고 단정하긴 그런데, 충분히 그 정도 갈 수 있겠다”라고 자신했다.

이 같이 구체적으로 숫자를 제시하는 언급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국가 순위의 앞자리에서 숫자를 따온 ‘747′ 구호를 이용해 비상하는 항공기 보잉 747에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이미지를 담아내려는 듯했다.

그러나 747 공약을 달성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처음부터 숫자 공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집권 2년차에 ‘474 경제비전’을 꺼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포부를 담았다. 그러나 이 역시 임기 말까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이 후보처럼, 이 전 대통령도 코스피지수에 대해 ‘임기 내 5000′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2007년 12월 14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찾아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년 중 (코스피지수) 3000선, 임기 내 5000선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취임 첫 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코스피지수 3000은 14년 후인 2021년에야 코로나19 상황으로 벌어진 전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종가는 2977.65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을 방문, 신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아직 ‘747 공약’의 맨 처음 ‘7′에 해당하는 경제성장률은 공식적으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경제성장률을 제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수치를 말할 수 없다. 그 자체가 매우 무책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추세적으로 회복되는, 그래서 우상향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은 분명하게 목표로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2%였고, 2018년 2.9%, 2019년 2.2%로 낮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엔 -0.9%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이 기저효과 등으로 4.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다.

이 후보는 ‘국민소득 5만달러, 종합국력 세계 5위’ 공약에서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이 연상된다는 질문엔 “정책 목표를 제시할 때 가시적 숫자를 말하는 게 인지하기 쉬워 숫자를 말한다”며 “그런데 이명박 당시 후보의 ‘747′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소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를 안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달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코스피지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이 후보와 함께 참석한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주가지수는 거시경제 여건, 개별기업의 경영실적, 시장 유동성, 정책의 예측가능성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래서 사전에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