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물가·환율 안 잡나? 뭐가 급한 건지 몰라?’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광역시에서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데이터 시장 규모를 지금보다 2배인 5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기사에 달린 최대 공감 댓글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광주광역시가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가 되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에서 디지털플랫폼 정부 등을 발표한 소위 ‘뉴욕 구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이처럼 딴판이다.

실제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폭주했고, 코스피 지수도 장중 3% 급락하는 등 최근 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순방 후 ‘비속어 논란’ 대응 정쟁에 열을 올리며 다툼에 한창이다. 경제 위기인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매주 고위당정협의회 연다지만...비상경제민생회의는 ‘치적 홍보’

29일 대통령실과 당정에 따르면, 집권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가 참석하는 고위당정협의회가 앞으로 매주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례적으로 실시됐던 고위당정협의회를 격주로 정례화하는 것을 넘어서 소통 채널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다. 전 정권 때는 집값이 본격적으로 들썩이면서 ‘위기감’이 조성되던 시절 당정이 이런 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앞서 “매주 열겠다”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지난 28일 근 한 달 만에 진행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비상’ ‘경제’ ‘민생’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위기 대응이 아닌 윤 대통령이 뉴욕 방문에서 강조했던 디지털과 AI가 주를 이뤘다. 이른바 미래먹을거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최근 윤 대통령의 뉴욕 구상을 강조하면서 비상경제상황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먹을거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 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 /연합뉴스

◇“매주 개최 노력하겠다”던 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도 ‘깜깜’

매주 대통령실에서 경제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최상목 경제수석도 최근 대응이 뜸하다. 그나마 최 수석의 경제브리핑은 현재와 경제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낙관적인 인식으로 일관했다. 경제 위기를 방불하게 만드는 최근 흐름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지난 7월 27일 최 수석은 “물가가 높은 수준이지만 정점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월 정도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주인 8월 4일에는 “무역수지 적자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쌍둥이 적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 수석의 발언 불과 2개월 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상목 수석의 경제 브리핑은 8월 초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당시 ‘매주 경제 현안 브리핑을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최 수석은 “(경제 상황에 대해) 매주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지만, 정례 경제브리핑은 계속 열리지 않고 있다. 이후 최 수석이 경제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 나선 것은 지난 16일과 22일(미국 뉴욕 현지시각)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관련 내용을 전하기 위한 브리핑 정도였다.

지난 5일 오전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작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정부 경제팀, 통화스와프·금리인상 시그널도 ‘엇박자’

경제팀의 엇박자도 있다. 일례로 외환시장 위기 관련, 한미 통화스와프의 경우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애초 잘 될 것처럼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미국 측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에 앞선 브리핑에서는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현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한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스와프를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가 되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 인상 발언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발표 직후 “0.25%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에서 벗어났다”며 빅스텝을 시사했다. 그런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미국 금리 인상을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과속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경제 관료 출신이기도 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 수석처럼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인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흑자이니 염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지만, 한은은 8월부터는 경상수지마저 적자일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