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당대표에 대한 중징계 결정이었다. 이 과정을 주도한 인물은 이양희(66) 윤리위원장이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가 임명했는데, 이 위원장은 그로부터 8개월 만에 이 대표를 징계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관련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이 위원장은 아동복지·인권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07부터 2011년까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등을 역임했다.

이 위원장은 고(故)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장녀다. 7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총재는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0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야당에서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다.

이 전 총재는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정희 정권에서 야당 인사로서는 중도적 입장을 보였다. 유신 시절인 1976년 신민당 총재에 오른 뒤에는 야당으로서 선명성 있는 투쟁보다는 중도통합론을 내세웠다. 경쟁자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그를 향해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이라면서 유신정권과 타협한 ‘사쿠라’라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이준석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이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이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비대위 활동이 종료되자 이 위원장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정치권에서 떠났다.

신민당의 김영삼 의원과 이철승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장에 나란히 앉아 의안을 다루고 있다. /조선DB

이 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하며 8년만에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이후 이준석 대표도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에게 윤리위를 맡겼다. 이 대표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윤리위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보면 윤리위가 기능하는 것이 당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심의를 앞두고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의중이 큰 주목을 받았다. 김종혁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위원장이 정말 아무의 전화도 안 받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지난 2011년에 (이준석 대표가 이 위원장과) 같이 비대위를 했었다”며 “그때 이준석 대표도 이 위원장이 상당히 강직하구나 생각이 들어서 윤리위원장을 임명을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 김택기 전 의원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김택기 전 의원의 형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