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8일 앞두고 지난 22일 종료한 한미정상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4년 전 지방선거 바로 전날 개최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당시 지방선거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보수 결집을 통해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열흘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이 가져올 컨밴션효과(정치 이벤트를 연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與 압승한 2018년 지선 ‘트럼프 효과’...이번엔 ‘바이든과 효과’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4년 전 지방선거 바로 전날 개최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당시 지선에서 여당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이 전 언론을 도배하면서 한반도 훈풍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당시 민주당은 총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선 반대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9∼20일 계양을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 이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8%, 윤 후보는 49.5%로 각각 집계됐다. 이 위원장은 지방선거 판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미정상회담의 컨벤션 효과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라며 “최근 당내에 생긴 여러 문제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계속 악순환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민주당 일각에선 사전에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한 인터뷰서 이런 취지로 말했지만,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0분간 통화했지만, 앞서 ‘양자 회담설’이 불발됨에 따라 야권 입장에서 선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번 바이든의 방한은 일본보다 먼저 이뤄진 것이라 극적인 효과는 더욱 크다”며 “2018년 지방선거가 ‘트럼프 효과’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바이든 효과’가 나타나는 선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찾아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뉴스1

◇국힘 지지율 2020년 2월 후 첫 50% 돌파

이미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정안정론’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50.1%, 민주당은 38.6%였다. 정의당 2.7%, 기타 정당 1.4%, ‘없음’은 7.3%였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2.0%포인트(p), 민주당은 0.8%p 올랐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50%대를 넘은 건 리얼미터 조사에서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 16~18일 실시한 5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결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2%를 기록, 30%의 민주당에 12%p 앞섰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낮은 국정운영 기대를 받았지만, 취임 후에는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컨벤션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이들 조사들은 아직 정상회담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故 노무현 13주기 영향은 남은 변수

남은 변수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행사가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출근길, 전자에 대해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과 만났다. 보수정권 총리로는 처음 참석한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협치를 통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은 자주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정상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누고 안보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며 “특히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경제협력프레임(IPEF)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보수 결집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투표율인데 현역 단체장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이 많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이반 한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회담과는 다르다. 앞서 미국 정상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고,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는 기대감도 형성됐었다”며 “결국 보수층이 이번 회담을 보고 윤 대통령을 ‘밀어주겠다’는 결집 효과가 생기면 여당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