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초상화가 3일 이승만·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 나란히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 10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한 국무위원은 “이제 역사의 세계로 들어가셨다”며 문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국무위원들과 문 대통령의 초상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무회의를 앞두고 청와대 본관 세종실의 전실에서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전실에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전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 왼쪽 끝에 문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본관이 아닌 여민관 집무실에서 근무해 왔고, 국무회의도 통상 여민관에서 정부서울청사, 정부세종청사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이날은 과거 국무회의가 열렸던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모든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세종실 전실에서 초상화를 공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종실 전실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 국무위원은 “이제 역사의 세계로 들어가셨다”며 “손 한번 잡아보시죠. 박수 한번 쳐 주시죠”라며 국무위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국무위원들과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함께 걸린 문 대통령의 초상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초상화는 김형주(42) 작가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처럼 유명 화가에게 초상화 제작을 의뢰하지 않고, 김 작가의 선물을 공식 초상화로 지정했다. 문 대통령은 “김형주라는 청년 작가가 어려운 시기에 임기 마지막까지 수고 많으시다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성의껏 그려서 보낸다고 선물을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대통령의 초상화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손연칠 선생님이라고 한국화로 초상화를 그리는 대가가 계시다. 그분이 저의 초상화 그린 것을 봤는데, 정말 저한테는 마음에 딱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역대 대통령님 전부 서양화로 해 왔는데, 혼자 한국화로 결심하기가 어려웠다”며 “앞으로 한국화를 선택하는 부분도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김 작가에게) 선물로 보내왔지만 그림 값은 지불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조금 아끼기는 했겠죠”라고 했다. 이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은 함께 웃었다.

3일 오후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린 청와대 본관 세종전실에 문재인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세종실 전실에서 초상화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은 것은 이날 오후 2시16분,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기 위한 국무회의가 시작한 것은 오후 2시 25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가하고, “권력기관 개혁은 촛불정부의 큰 사명이자 국민의 염원”이라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오 시장이 문 대통령에게 상체를 숙여 인사하자, 문 대통령은 “참석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를 보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좋은 이야기하러 오신 거죠?”라고 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범죄피해자 방치법’ ‘범죄자 보호법’이라고 말하며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포하자 “개탄스럽다”고 했다. 박 장관은 “수사권 배분은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검수완박 법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무위원 및 장관급 초청 오찬을 마친 뒤 본관 테라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