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장애인 활동가 이형숙님이 ‘장애인의 속도가 이것밖에 안 돼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모습이 가슴에 간절하게 와닿았다”고 했다. 이형숙씨는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 지하철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이형숙 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의 이동권과 이형숙 님의 사과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형숙 대표 등 전장연 회원들은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열차 출발을 막아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는 방식의 시위를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 우리 정부도 많이 노력했습니다”며 “장애인 예산을 두 배로 늘렸고, 31년 만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해 장애인 중심의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도 마련했다.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로드맵’을 수립하고, 장애인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해 자립기반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속도 또한 서로 다를 뿐,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느린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 차별 없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분과 위원들과 만나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2개씩 설치’ ‘내년도 탈(脫)시설 자립 지원 시범예산 807억원 편성’, ‘활동 지원 예산 1조2000억원 증액’, ‘평생교육시설 예산 134억원 편성’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이후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매일 1명씩 삭발식을 하는 방식으로 시위 방법을 바꿨다. 그러나 전장연은 이날 입장을 내고 인수위가 내놓은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오는 21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시위 장소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세 곳으로, 오전 7시부터 진행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이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장애인 탈시설 현재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사는 2만9000명을 시설 밖 지역사회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탈시설이 오히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다. 31세 발달장애 아들을 둔 김현아 부모회 대표는 지난 1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간담회에서 “자립지원 주택에서 사는 게 (장애인 거주)시설보다 낫고 행복하다면 왜 마다하겠느냐”며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탈시설 정책을 막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