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신구권력 갈등의 원인이 됐던 감사위원이 청와대 측과 윤 당선인 측이 한 자리씩을 나눠서 차지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감사원 내부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친(親)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언론 인터뷰 등에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15일 신임 감사위원에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와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각각 임명 제청했다. (감사원 제공) ⓒ 뉴스1

최재해 감사원장은 15일 오전 신임 감사위원으로 이남구 사무차장과 이미현 교수를 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를 재가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인사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핵심은 공석인 감사위원 2자리였다. 감사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전까지는 5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사위원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다수결로 감사 처분을 결정한다.

청와대 측은 감사위원 2자리를 1명씩 나눠서 임명하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윤 당선인 측은 2자리 모두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현재 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위원이 3명으로, 1명만 더 임명해도 과반을 이뤄 새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감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던 중 감사원이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감사위원 임명제청에 대해 “현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하면서 사태가 정리됐다.

이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한 차례 연기됐던 회동을 했다. 결국 양측협의 결과 이남구 사무차장, 이미현 교수를 임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 차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교수는 윤 당선인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에서 한 자리씩 나눠 가진 셈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남구 사무차장은 1996년 감사원에 들어와 제2사무차장, 공직감찰본부장, 사회복지감사국장, 감사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감사 실무부터 지휘, 기획까지 통달한 ‘감사통’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최 원장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청와대 비서관 감사위원 내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도 이남구 사무차장의 신임 감사위원 임명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윤 당선인의 긴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청와대에서 인선한 인사에 대해 당연히 윤 당선인도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정부에 속해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 인사 기준 또한 유능하고 전문성과 실력 있는 분들을 일할 수 있는 일꾼으로 내세우겠다는 기조가 있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선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현 교수는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1987년부터 2013년까지 로펌에서 근무했다. 기획재정부 국세심사위원·세제발전심의위원,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 등 공공분야에서 활동했다.

이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과 아내 김건희씨의 결혼식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3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윤 당선인의 결혼식에 하객들이 매우 많이 왔다면서 “사람들이 다 ‘윤석열이 정말 장가를 간다고? 이건 눈으로 확인을 해야 돼’ 그랬다. 저희 대학 동기들이 다 왔다” “우리 아들은 그 때 중학교 다니던 시점이었는데 (윤 당선인이 장가를) 정말 못 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동기들이) 눈으로 확인해야 된다면서 다 갔었다”라고 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52세, 김씨는 40세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4년 반에 대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 총평하면서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원전을 통해 우리가 싼값으로 전기를 쓸 수 있고, 해외 원전 건설 수주로 외화 수입이 기대되는 등 이득이 큰데 왜 그렇게까지 급속히 탈원전을 밀어붙여야 할까. 우리와 원전 설계가 전혀 다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재앙을 들먹이며 위험하니까 탈원전하자는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