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쌀 시장격리,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가격 상승과 만성적인 과잉 생산 유발 등을 이유로 시장격리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영광 터미널시장에서 한 즉석 연설에서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제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 때문에 곧 전세계 때문에 곡물 부족 사태가 곧 벌어질 것이고, 농업은 안보를 책임지는 전략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쌀 시장격리’를 꺼냈다. 그는 “쌀 시장격리, 쌀 수매 빨리 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다”며 “쌀 가격을 보전하고 쌀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법률 상 의무로,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쌀 시장격리’는 쌀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될 경우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다. 양곡관리법에 따르면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3% 이상 초과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 해보다 5% 이상 하락하면 시장격리가 가능하다. 2021년 쌀 생산량 388만톤은 예상 수요량 357만~362만t보다 적게는 27만t, 많게는 31만t 더 많다.
이 후보는 연일 쌀 시장격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4일엔 페이스북에서 “쌀값 하락, 비료가격 폭등 없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며 쌀 27만t을 즉시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했다. 지난 28일 나주 한전KDN본사에서 열린 주민들과 타운홀 미팅에서도 “농업인은 최소 27만t 시장격리를 정부에 요구한 바 있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맴매’라는 말을 하면서 쌀 시장격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전남 강진 안풍마을에서 열린 농민들과 간담회에서 한 농민은 이 후보에게 “벼 농사를 짓는 데 시장 격리를 후보가 주장해줘서 희망이 생겼다. 후보가 당을 확 잡았듯 실력을 한 번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잡히질 않는다. 홍 장관은 이런 분들의 얘기를 제발 좀 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격리는 옛날로 하면 물가 관리용 수매제도로 어차피 해야 되는데 빨리 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왜 자꾸 시간을 끌고 뭉개는 건가”라고 했다. 참석한 한 농민이 “(기재부를) 맴매를 해야 된다. 두드려 패야 된다”고 하자, 이 후보는 “두드려 패는 것은 안 되고 맴매?”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쌀을 시장격리까지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쌀 가격 하락이 예상되긴 하지만, 지난해 최장기간 장마와 여름 태풍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물가 인상과 겹치면서 평년(20㎏ 4만원)보다 30% 넘게 상승해 한때 5만5000원을 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장 최근 시장 격리를 시행했던 지난 2017년(3만3176원)과 비교하면 2만쯤 비싼 상황이다. 쌀 시장 격리로 현재와 같은 시세가 유지될 경우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