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등 각 당의 대선 후보가 18일 한자리에 모여 성장, 공정, 기후위기, 청년 등의 주제를 놓고 자신의 비전을 발표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 방법에 대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환’을 이야기하며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우며 “원전기술 개발”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심상정 나란히 기후 위기 대응 위한 “재생에너지” 강조

네 명의 대선 후보들은 이날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참석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차기 대통령이 실현해야 할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박정희 시대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대전환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국 어디서나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에너지 자립과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전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지방의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햇빛연금·바람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사람이 모일 것”이라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시스템이 농촌과 지방의 소멸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부흥의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심상정 후보도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에는 퇴로가 없다. 우리 인류의 생존 문제로 바로 오늘 세계가 불타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50%이내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0년 묵은 화석연료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미래는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있다”고도 했다.

그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다. 일부 특권층은 웬만한 폭풍도 견딜 수 있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작은 풍랑에도 넘어질 수 있다”면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함께 해결하는 ‘정의로운 녹색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안철수 “탈원전 정책 폐기…원전 없는 탄소중립 불가능”

윤석열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축으로 삼겠다”며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탄소중립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적 전환에 대비하면서도 저탄소를 지향할 방법은 원자력”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소요 비용과 부담 주체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와의 협의도,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우리 산업 구조와 경제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의 중요성 또한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해 보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우리 여건에서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 값싼 전기요금으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의 믹스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우리 자연 환경에서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기를 생산하기 어려워 태양열과 풍력 발전의 효율이 낮아 생산 단가가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의 무지와 편견이 국가 에너지 전략을 무너뜨리고 탄소중립 실현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실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해 원전 기술을 국가전략사업으로 키워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밖에도 후보들은 성장, 공정, 청년, 균형발전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각자의 비전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1호 공약인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세우며 “불균형을 시정하는 사회적 대타협과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공존의 힘”과 “공정”을 내세우며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 보장’, ‘지역간 불균형 해소’, ‘정부의 규제 개선’ 등을 이야기 했다.

심 후보는 “대전환의 정치”를 내세우며 ‘각 지역의 특색과 잠재력을 살리는 전 국토의 생활 민주화’, ‘기득권의 강력한 재조정을 통한 청년기초자산제 도입’, ‘차별금지법과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기회의 공정’, ‘군 복무기간 자기 계발’, ‘청년의 내 집 마련’, ‘지속가능한 연금개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현 등을 내걸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 전략은 과학기술 중심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