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개월 앞두고, 제3지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세 번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네 번째 대선 출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제3지대 후보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경쟁하기 전에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 생겼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가 지난 8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대첩문 앞에서 대선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심상정에 견줄 수 있는 지지율 얻어

허경영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아주경제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44.6%로 1위, 이재명 후보는 33.0%로 2위를 차지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다음 순위다. 안철수 후보가 4.2%, 심상정 후보가 3.4%, 허경영 후보는 2.3%, 김동연 후보 1.6% 순이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선 안철수·심상정 후보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48.7%, 이 후보가 38.6%를 기록한 가운데, 그 뒤를 심 후보(1.9%), 허 후보(1.7%), 안 후보(1.6%), 김 후보(0.3%)가 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주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레이크뉴스가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은 윤 후보가 47.4% 1위, 이 후보가 34.6%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안 후보 3.7%, 허 후보 2.9%, 심 후보 2.1%로 집계됐다.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은 ‘공약으로 본 후보 호감도’도 조사했다. 그 결과 윤 후보 44.1%, 이 후보 31.3%, 안 후보 6.4%, 허 후보 5.0%, 심 후보 3.7%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동연과 함께 허경영 질문도 나와

허 후보가 정치권에서 무게감 있는 후보들과 비슷한 지지율을 얻는 것에 ‘정치 혐오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성 정치인에 혐오를 느낀 국민들이 차라리 허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황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가 1일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때 안 후보는 허경영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에서 ‘신혼부부에게 1억200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다가,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 국민에게 돈을 주자’는 허 후보의 오래된 주장을 하는 후보가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도 ‘이경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허 후보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허경영 원조 맛집이 소문이 많이 났다. 짝퉁 공약들이 난무한다”며 “원조 맛집 레시피는 못 따라온다”고 했다.

이 후보가 공약한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청년은 2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월 8만원쯤 되는 금액이다. 반면 허 후보의 ‘국민배당금’은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월 15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이다. 허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기본소득’ 금액이 너무 적다면서 “짝퉁(기본소득)에 ‘자살’ 말고 허경영 국민배당금 받고 ‘살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1일 전남 광양시 중마시장을 방문해 환영 꽃다발을 들고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동연 캠프 제공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안상수 전 의원은 지난 8월 허 의원을 만나면서 “공약이 이재명 후보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맨날 돈 퍼주는 얘기만 하고 재원에 대한 얘기는 별로 안 하는데, 이 양반(허 대표)은 들어보니 그런대로 재원에 대한 대책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허 후보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5만21078표를 얻어 득표율 3위(1.07%)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도 허 후보의 지지율을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는 김동연 후보와 함께 허 후보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허 후보가 국민경선 토론을 제의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허 후보의 지지율이 ‘정치 혐오’ 때문이라거나, 정치를 장난처럼 하는 ‘정치 희화화’로 인기가 올라갔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허 후보가 주장한 ‘현금 지급’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기대를 보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