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과세를 시작해야 하지만,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정해져 있는 정부 정책을 뒤엎겠다는 건데, 이유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 삶을 바꾸는 작지만 알찬 ‘소확행’ 공약 시리즈를 발표한다”며, 그 첫 번째로 “가상화폐 과세를 1년 늦추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로 번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을 공제하고 그 이상 소득에 대해 세율 22%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과세 시작 시점을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올해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에 준비해 2023년 소득분부터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가상화폐 개념 정립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관련법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가상화폐 과세를 1년 늦춰야 하는 이유에 대해 “중요한 건 ‘과세 결정’이 아니라 ‘준비 여부’”라고 했다. “현장과 전문가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화폐를 무형 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지, 손실은 이월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경우 부대비용은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지, P2P(개인간 거래)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전광판에 가상화폐 거래 상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가상화폐 공제한도가 너무 낮아서 합리적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며 “대폭 상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썼다. 공제금액을 250만원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조세의 기본은 신뢰”라며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납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소득 개편 방안이 본격 시행되는 2023년에 가상자산을 포함한 금융투자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방안이 더욱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회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관련 법률안을 논의해서 제정안을 입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과세는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