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전국 지자체가 따라 배워야 할 모범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5503억원의 개발 이익을 성남시 세수로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는 이유다. 이 지사가 공익 환수했다는 5503억원의 절반이 넘는 2761억원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한 제1공단 부지 공원 조성(2561억원) 및 공원 지하 주차장 건립(200억원) 쓰였다. 이에 조선비즈는 제1공단 공원조성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봤다.

이 후보는 제1공단 부지를 공원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구릉지가 많은 성남 구시가지에 평지공원이 없는 상황에서, 제1공단 부지라는 널찍한 평지가 비어있으니 이를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공약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이해식 민주당 의원과 문답 과정에서도 “본(구) 시가지는 평지공원이 하나도 없어서 제1공단을 공원으로 만들자는 민원이 있었고, 제 공약이기도 하다”면서 “대장동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공원을 만드는 기획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일 조선비즈가 찾아간 제1공단 부지 공원조성사업 공사현장은 굴삭기, 트럭 등 공사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내년 3월로 다가온 완공 예정 시점을 맞추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성남 제1공단 공원화 사업 부지는 수정구 신흥동 2458번지 일원으로, 면적이 5만6022㎡(약1만7000평)에 이른다. 이중 4만6615㎡는 공원으로 9407㎡는 도로가 될 예정이다.

그런데 성남의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이재명 후보가 공약했던 ‘평지(平地)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공원의 부지의 경사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실제 성남시청이 제시했던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계획을 보면, 공원 중심부에는 사계절 썰매장, 폭포 계단길처럼 가파른 경사를 활용하는 시설들이 배치됐다. 경사를 따라 객석을 배치한 야외 소공연장이나 구시가지 쪽을 내려다보는 전망 광장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부지 일대.

제1공단 부지에서 가장 평평한 부지(2만9281㎡, 8873평)는 공원 조성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 땅은 현재 관광버스 수십대가 주차해 주차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한 버스 기사는 “군인공제회 땅으로 알고 있고, 차고지처럼 쓴지 6년정도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제1공단 공원화 공약은 당초 구상과 비교하면 반쪽짜리로 그친 셈이다. 제1공단 부지의 일부만 공원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애초 1공단 공원화를 추진한 시민사회의 바람이 평지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이 후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2010년 5월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내일 인터뷰에서 “수정·중원구의 핵심은 제1공단을 자연공원화 하는 것”이라면서 “땅값이 4000억원 정도라는데 용도를 제한하고 장기간 연차 매입하면 된다”고 했다. 4000억원은 이 시장 취임 전까지 제1공단 부지를 주상복합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하던 군인공제회의 전체 투자금액 3791억원과 유사한 규모다. 2010년 선거운동 때만해도 이 후보는 1공단 부지 전체 공원화를 약속했던 셈이다.

사실 산지(山地)공원은 성남 구시가지에 적지 않게 분포해 있었다. 제1공단 공원 부지와 공원로352번길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희망대(希望臺)공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12만3194m²)에 속한다. 1997년 기존 놀이동산을 정비한 뒤 지역 주민의 사랑받고 있다. 분수, 잔디밭,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족구장, 농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과 함께 매점, 팔각정, 야외무대, 물놀이장, 놀이터 등의 편의시설도 갖췄다.

이때문에 제1공단 공원화를 반대했던 사람들은 ‘바로 옆에 희망대공원이 이미 있는데 굳이 구도심 노른자위 땅을 공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1공단 공원과 기존 희망대공원을 잇는 보행육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1공단 공원이 신설된다기 보다는 희망대공원이 확장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제1공단 부지 주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성남에 산지 공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위치가 좀 더 지하철역(지하철8호선 단대오거리역) 근처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공원 사업계획안. /성남시청

이는 신흥동 제1공단 부지의 비싼 땅값 문제, 또 다른 성남시의 현안인 법조단지 이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 재임기인 2005년 6월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도록 제1공단 부지 용도를 변경하는 도시기본계획이 승인됐고, 2009년 5월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는 고시가 발표됐다. 사업 시행자는 엔에스아이,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 등으로 바뀌지만 실제 돈을 댄 주요 투자자는 군인공제회였다. 군인공제회는 제1공단에 주택 2408세대 등을 포함한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2005년 3월 2400억원을 시작으로 총 3791억원을 투자했고, 시행사는 이 돈을 매개로 제1공단 부지를 매입했다.

이 후보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에 취임한 후 제1공단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개발 관련 인허가를 중단했다. 그러나 시행사 소유의 부지를 수용하기 위한 재원이 문제였다. 이에 이 후보는 2012년 6월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원화 방안으로 제1공단과 대장동의 결합개발을 제시한다. 이 후보는 2012년 5월 이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에서 지정 해제했고, 2014년 6월 재선 후에는 대장동과 제1공단의 결합도시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측은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16년 성남시의 손을 들어줬다. 군인공제회 측은 2019년 2월까지 공원 부지에 포함된 6432평(2만1226㎡)에 대한 보상대금 1045억원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시행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로부터 수령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투자금 3791억원 중 보상대금 1045억원, 기타 수익 403억원을 뺀 2343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법원행정처 및 법무부는 수정구 단대동에 있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을 제1공단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조단지가 분당구 등 부지로 이전할 경우 구도심이 공동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남시는 2013년 4월 법조단지를 제1공단으로 이전하고 잔여 부지를 희망대공원과 연계하여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등 관련 기관과 협의가 늦어지면서 예정에 없던 주차장 노릇만 6년째 하다가, 올해 6월 법원행정처의 결정 이후 법조단지 이전은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오르게 됐다. 성남시는 남은 제1공단 부지를 매입해 법무부 소유의 분당구 구미동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원화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부지. 경사가 가파르다. / 사진=방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