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일 대선 경선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현행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대로 9월 초 후보를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경선을 11월로 미루자는 비(非)이재명계의 요구를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연합뉴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 88조는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를 열어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비공개 사전 최고위를 열고 대선경선기획단의 경선 일정 기획안을 보고 받았다.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는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은 ‘경선 연기’,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은 ‘현행 유지’를 주장하며 이견을 보여왔다.

현행 유지 입장을 고수해온 송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부는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하에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표결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승적으로 우리 당이 분열하지 않고 원팀으로 가기 위해 반대했던 의원들도 양해해서 최고위가 현행 당헌을 따르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최고위원회의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부터), 이해찬, 김원기, 문희상 상임고문 등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예상과 달리 원만하게 합의를 본 것은 상임고문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상임고문단 10명 중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제외한 7명 중 대부분이 대선 경선 일정 연기를 반대했다고 한다.

특히 이같은 내용의 당헌·당규를 만든 이해찬 전 대표도 반대 입장을 주장했다. 송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전 대표가 ‘이럴 줄 알고 미리 특별당규를 만들었다. 원칙대로 가는 게 맞는다’고 조언했다”고며 “김원기‧문희상 고문 등도 ‘국민들이 짜증 낸다. 당헌·당규를 원칙대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당무위원회 소집 등 추가 절차 없이 본격 대선 경선 국면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다음 주 초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7월 초 예비경선(컷오프), 9월 5일 본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9월 10일까지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고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는 후보간 합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바꾸는 것은 당무위 의결이 필요하지만, 현행 유지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했다.

경선연기를 요구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최고위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당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낙연·정세균계는 경선 일정을 안건으로 하는 당무위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왔다. 당헌 24조에는 ‘당무위원 3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당대표)이 소집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대표가 소집하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 수석 최고위원 순으로 소집이 가능하다.